[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택배업계는 전자상거래 성장에 힘입어 전례없는 성장을 이뤘다. 온라인 오픈마켓과 홈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급격히 늘었고, 이에 2000~2007년 사이 택배사들의 처리 물량은 매년 20% 이상 성장했다.

고도성장기였던 2000년, 당시 국내 택배 시장 규모는 연간 2억5000만 상자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2분기(4~6월) 국내 택배기업 1개사(CJ대한통운)가 처리한 물량(4억2300만 상자)의 절반 수준, 그만큼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다. 

택배 시장은 코로나19를 맞아 새 국면에 돌입했다. 언택트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과 온라인 쇼핑의 급격한 성장, 이 모든 수혜는 택배업으로 집중된다.

▲ CJ대한통운 곤지암 메가허브 터미널. 사진=CJ대한통운
택배, 생활물류의 대부

지금은 익숙한 개념이지만 1998~2000년 초반, 홈쇼핑과 온라인 오픈 마켓은 대중에게 다소 낯선 개념이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개장, 홈쇼핑의 성장으로 오프라인에 집중됐던 시장은 온라인으로 서서히 무게를 옮겨갔고, 이후 소비자들의 택배 이용이 급증했다.

당시 시장을 눈여겨 본 기업들은 한진, 현대, 대한통운, CJ GLS 등 4개사다. 이들은 4강 체제를 형성, 시장을 리드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체국, 로젠택배, 옐로우캡, KGB, 동부택배, 경동택배도 각자의 영역에서 발을 넓혔다. 

택배시장 성장 초기, 택배사들이 집중한 곳은 홈쇼핑 업계다. 외형 확장을 위해 대단위 물량을 소화할 필요가 있었던 각 택배사들은 농수산홈쇼핑(대한통운), 현대홈쇼핑(현대로지엠), 우리홈쇼핑(현대로지엠), CJ홈쇼핑(CJ GLS), LG홈쇼핑(한진) 등과 제휴했고, 해당 기업들의 물량을 독식하며 세를 키웠다. 

당시(1998~2000년) 홈쇼핑업계의 연평균 성장률은 87% 수준, 이들의 물량이 택배사 전체 물량의 40%에 달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컸다. 

이후 시작된 가격경쟁과 물류 쟁탈전은 자연스럽게 경쟁사 축소, 이합집산, 승자 수혜 구도를 만들었다. CJ GLS와 대한통운은 2013년 통합되면서 CJ대한통운으로 이름을 바꿨고, 롯데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는 현대택배를 인수하며 단숨에 업계 점유율 2~3위 수준으로 도약했다. 한진은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를 인수했고, 동원택배, 옐로우캡, KT로지스, 아주택배 등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현재의 택배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 택배 물동량 추이. 자료=한국통합물류협회
코로나19 반사이익… 폭발하는 택배 수요

한국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00년 연 2억5000만 상자를 처리했던 택배사들은 5년 뒤인 2005년에는 5억6000만 상자를 소화해 냈다. 이후 택배사들은  2010년 12억 상자, 2015년 18억1600만 상자, 2019년 27억9000만 상자의 물량을 처리하며 급성장한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 왔고, 지난 20년간 처리 물량은 11배나 급증했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량도 크게 늘었다. 2000년 2.4개에 불과했던 국민 1인 택배 이용 횟수는 2005년 11.1개, 2015년 35.7개, 2019년 53.8개를 기록한다. 경제활동인구(15세이상인구 중 수입이 있는 사람)로 한정한다면 1인이 매년 받는 택배 상자는 99.3개에 이른다. 3~4일에 한 번 꼴로 받아보는 셈이다.

▲ 택배 이용 횟수 추이. 자료=한국통합물류협회

그리고 예상 밖의 이슈 ‘코로나19’는 택배 산업에 제2의 고도성장기를 가져왔다. 대면 접촉을 기피하는 문화가 확산됐고, 이에 소비자들은 온라인 쇼핑으로 발길을 돌린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5% 급증했고, 물량 증가는 자연스럽게 국내 택배사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국내 1위 택배사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5조1654억원, 영업이익 1420억원의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3% 증가한 수치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영업이익(160억원)은 지난해 대비 30% 이상 늘었고, 한진은 5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해 대비 30.8% 개선된 실적을 냈다.

택배(온라인쇼핑)을 이용하는 연령대와 이들이 구매하는 품목도 다양해졌다. 언택트 시류에 맞춰 5060세대가 새로운 이용자로 떠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의 온라인 쇼핑을 통해 식품을 구매한 금액은 전년 대비 50.7% 급증했다. 또한 오프라인 구매가 많았던 가구 부문의 매출도 2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의류, 잡화 부문에 치우쳤던 상품군이 점차 다변화되는 양상이다. 

50대 이상 인구의 이용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 1차 유행이 있던 지난 2~3월 티몬에서 50대 이상 소비자들이 구매한 돼지고기·채소·과일 구매 증가율은 각각 458%, 214%, 99%을 기록했다.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의 50대 이상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가량 늘었다. 이들의 주문 건수도 90% 이상 많아졌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는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연말까지 택배물동량 성장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2010년 이후 10% 수준에 머물던 택배물동량 성장률은 2020년 20%를 상회할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페덱스(Fedex)와 UPS 모두 택배사업부문 물동량이 전년 대비 각각 25.2%, 22.8% 증가했다”라며 “택배 물동량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