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 7월과 8월, 서울 부동산 시장을 달군 키워드는 ‘패닉 바잉’이었다. 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매수 심리가 나타나면서, 시장 전체에 ‘패닉 바잉’이 빠르게 번진 것이다. 패닉 바잉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출현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주택 패닉 바잉을 주도한 연령대가 30대로 낮아졌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특징이다.

한국감정원의 월별 매입자 연령대별 통계를 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에서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36.9%로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도 일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세대가 경기도 아파트 전체 매매거래에서 차지한 비중은 30.1%로 역시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30대들은 주로 서울 동북권과 강서구, 성동구, 관악구, 구로구 등 규제 영향이 약한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몰렸다. 패닉 바잉 등의 영향으로 8월 월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에서 노원구는 3.04%, 도봉구는 2.21%, 성동구는 2.14%, 구로구 1.81% 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밝힌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역시 40세 미만 소비자들의 전망지수(131)가 가장 높았다. 1년 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기대심리가 전 연령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30대 이하 세대가 ‘영혼까지 끌어올려’ 주택 매수에 나선 이유는, 수년간 무섭게 오른 집값 상승 속도를 30대들이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 마련 기회 상실 우려와 초조함이 이런 패닉 바잉의 배경인 된 셈이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2%나 급등했다.

취재 중 만난 한 30대 초반 남성은 “집값 상승으로 신혼살림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처음엔 (부동산) 정책들을 신뢰했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청약이 사실상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매수하기에는 당장 자금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의 진단과 인식은 절박한 30대들의 목소리와 사뭇 다른 듯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인과 다주택자의 주택 매물을 3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 마련)’로 받아주는 양상”이라고 지적하면서 “30대가 영끌해 샀다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발언해 도마에 올랐다. 이어 31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영끌보다 앞으로 나올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기다렸다 매수하는 게 좋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웠다.

특히 회의 내용이 소개된 한 포털사이트의 기사 댓글창은 해당 발언에 대한 거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해당 댓글에는 “영혼까지 끌어 모을 수밖에 없는 2030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라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정부가 청약 제도개선 등 젊은 층의 주거 안정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젊은 세대가 왜 패닉바잉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기저심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영끌’에 대한 연민보다는 30대의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적극 강구하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