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and After, 150×15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6

인간의 눈은 구부러진 모양이다. 우리 시각의 가장자리에서 세상은 약간씩 왜곡된다. 눈이 사물을 보는 것은 원형의 유리그릇에 비친 왜곡상과 유사한데 원형은 이러한 우리 눈의 물리적 상태를 보완하는 경향이 있다.

정현숙의 작업은 눈과 왜곡된 형상의 이 관계를 실험하는 듯하다. 그리드 드로잉 형태로 이루어진 원은 정면보다는 측면 가까이에서 보았을 때 왜곡효과가 극대화된다. 이 작업은 마치 실제 부조를 보는 듯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촉각의 욕망을 자극한다.

정현숙의 원에 대한 천착은 무의식적인 것으로 보인다. 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포괄하면서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마음의 전체성을 표현한다. 원은 태양, 달, 행성 등 자연계의 어느 곳에나 있는 형상으로 신석기 시대의 암벽조각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보편적 형상이다.

▲ Before and After, 150×15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8

원의 형상은 원시인의 태양숭배나 종교, 혹은 신화나 꿈, 티베트 승려가 그린 만다라나 심지어는 도시 계획도에도 나타나고 옛날의 천문학자가 생각했던 구형 개념에서도 발견된다. 원은 안전감의 기표인데 인간은 본능적으로 각진 형태보다 선형적 형태에서 부드러움과 안전감을 느낀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기하학 형태와 무관하지 않은데, 곡선은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원은 행복의 추상적 상징이다.

원은 또한 선사 시대부터 동시대 데이터시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함을 포용하는 기호인데 원 연구자들에 따르면 약10,000년 전부터 원은 인간 지식의 모든 영역을 걸러낸 것으로 보인다.

기하학적인, 혹은 추상적인 원의 상징은 칸딘스키로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현대추상미술에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그러나 원은 전통적인 표현 양식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인과 관련된 실존적 딜레마에 따라 끊임없이 그 성격을 변용해 나간다. 원은 오늘날 정보디자인 세계에서 지배적인 형상이기도 하다.

융에 따르면 원은 시대가 지닌 분열을 치료하려는 무의식적인 집단적 심리적 기도를 상징한다.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미니멀 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정현숙 작가,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이 다양한 실험을 거치며 집중하고 반복적으로 회귀하는 원 작업은 생명의 궁극적 전체성과 종교적 정신적 심성의 작용을 표현하는 동시에 정보디자인 세계에 사는 동시대 인간의 원형적 상징에 대한 무의식적 환상을 재현한다.

△글=이필, 홍익대학교 교수, 미술평단 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