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달러화.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결정함에 따라 중장기적인 달러화 약세 전망이 시장에 우세하다. 미국 시중 유동성 공급 확장과 저금리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전반적인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원·달러 환율은 118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하방 모멘텀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인 등락을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전망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여파가 남아있어 원·달러 환율 하락폭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美 연준 '2% 물가목표제' 도입…"달러 약세 이제 시작일 뿐"

지난 1일(현지시간) 유로·달러 환율(유로화)이 강세를 보이면서 장중 한때 1.2달러 고지까지 넘었다.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전까진 1.18달러대에 머물던 유로화가 지난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2%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공식화한 이후 1.2달러를 돌파한 것이다.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지난달 31일 92.13까지 떨어지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 된 지난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숫자가 높을수록 달러화 강세를, 낮을수록 약세를 나타낸다.

다만 유로화와 달러인덱스는 2일 각국이 발표한 8월 경제 지표에서 엇갈렸다. 지표에서 미국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한 반면, 유럽은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이 때문에 유로화는 그간 상승폭이 일정 상쇄되면서, 2일 오후 3시 기준 1.1878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국 경제가 비교적 양호한 지표를 나타내면서 달러화 강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달러화 하락 모멘텀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미국 8월 체감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발표됐음에도 금 가격이 소폭(0.02%p) 상승하며 강 보합세를 보인 것은 미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울프 린달 AG 비셋 외환 전략가도 “달러화의 추세적인 하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앞으로 1년 안에 유로화 대비 달러화가 36%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전망이 적중할 경우 유로·달러 환율은 1.6달러선까지 치솟는다.

▲출처=KB증권
코로나19 진정 속도·외국인 순매도세, 환율 하락 '분수령'

최근 미국 경제 지표 호조로 인한 달러화 강세 여파는 우리나라에선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할 순 있으나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의 주요한 영향으로 국내 변동성이 지목됐다. 수도권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 3분기 경제성장률(전망치)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는 추가적인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에도 이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직후 유로화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과 달리 원·달러 환율은 강보합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확산과 거리두기 강화,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 등 국내 여건에 대한 우려가 낙폭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원·달러 환율 흐름을 두고 완만한 하락세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내와 미국의 코로나19 사태 진정 속도와 경기 회복세에 따라 하락 속도에 완급 조절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승지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이후 국내 신규 확산 진정 여부에 따라 환율 하락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제롬 파월 의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잭슨홀에서 수잔 콜린스 미시간대학 학장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출처=CNBC 방송화면 캡처

또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과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지속 여부도 환율 향방에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중갈등 지속과 함께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화 수요가 늘면서 달러 약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약달러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바클레이스의 분석이다.

국내 원·달러 환율 변동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추이도 주요 변수다. 외국인 순매도세가 이어지면 코스피가 하락하고, 이는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외국인 매도세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닷새째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31일에는 국내 증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000억원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이뤄졌다.

전승지 연구원은 "전반적인 약달러와 위안화 강세 흐름에도 국내 코로나19 여건과 외국인 주식 순매도 지속 여부에 긴장감 높이며 (하방) 지지력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NH선물 임지훈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은 증시 흐름과 수급을 주목하며 하방 지지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