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前) 일본 대장성 차관이 한국에 훈계를 하였다. 아시아 성장 중심축이 동(東)에서 인도로 이동하고 있으니 내수성장만으로는 GDP 3%이상 성장은 꿈도 꾸지 못할 한국 등은 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지평’이란 주제로 초빙하여 모셨더니 들려준 이야기가 인도시장의 중요성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는 2005년에 출간한 저서 <인도를 읽는다>에서 인도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하여 성공신화를 만들고 있는 한국기업의 면면을 거론하면서 일본기업에게 ‘한국을 본받아라!’라고 훈계하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기업에게 일본을 본받아 인도시장에 눈 돌릴 것을 훈계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한국과 인도 그리고 인도와 일본 이들 3각 관계 사이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났던가?

2005년까지만 해도 인도에는 한국인 여행객이 일본인들보다 많았다. 진출 기업인들 숫자에서도 앞섰다. 변변한 글로벌 제조기업이 없던 당시 인도 경제계에서 한국의 3대 거인,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전자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이를 예시로, 일본 기업을 향해 인도에서의 후퇴가 곧 글로벌 경쟁에서의 낙오라는 표현으로 채찍을 가하였다. 이후 일본기업의 인도시장 진출은 적극적이었다. 일본정부도 기업과 합동작전 하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인도 내 일본기업의 사업장은 5000여 개에 이르러 한국에 비해 무려 5배 이상이다.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 희망 1위 국가로 기존 1위 중국을 제치고 인도가 부상하였다.

한국에선 ‘인도에 왜 한류가 안 생기지?’ 하며 의아해하는 동안 일본은 인도와 경제 분야는 물론 외교 분야에서도 관계를 확대하였고 인적 교류도 개방으로 전환하면서 문화적 교감도 폭 넓게 일어나도록 하였다. 인도 대도시의 수많은 고급 호텔 식당과 메뉴에 일식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길거리 레스토랑에서도 어렵지 않게 스시(sushi) 등 일식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달 28일 일본 총리 아베가 건강을 이유로 사임 발표를 한 날 인도인들은 SNS에 ‘Thank You Abe San’을 해시태그하면서 감사를 표하였다. 그런데 인도인들이 한국 정치인에게 정감을 표시한 적이 있었던가? 북한의 김정은을 희화화 하거나 한국정치인의 몰락을 화제거리로 한 적은 있어도 아쉬움과 감사를 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인도에서의 한국과 일본의 중요한 차이는 양국 국민의 상호 교류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과 인도의 교류는 진정성과 깊이가 있으며 지속적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반하여 한국과 인도의 관계는 낮은 수준에서 지속성 없이, 진정성이 결여된 간헐적 행사에 그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교역 관계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의 인도 시선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상태로 너무도 이기적이다. 요구하는 것에 강변함은 있지만 요구받는 것에 대한 경청이 부족하다. 일본은 인도인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도입하여 인도 측에 큰 만족을 주었고 일본엔 심각한 의료인력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상호 교류기반을 확충하고 있지만 한국은 기득권 이해집단의 집단 강변에 밀려 교류진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이기적인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상호증진은 공염불이다. 비록 일본이지만 인도관계에선 배울 것은 배워야 할 상대가 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