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열렸던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였던 마지막날,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수락연설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에 대한 지지연설을 했던 아내 멜라니아, 딸 이방카 등 가족들이 모두 지지자들앞에 모여선 가운데 레너드 코헨의 유명한 노래인 '할렐루야'가 울려퍼졌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에서 강행했던 행사에는 1500여명의 청중들이 마스크도 없이 참석했으며 대선 후보 수락을 축하하는 할렐루야가 퍼지는 가운데 하늘에서는 붙꽃놀이가 펼쳐지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한껏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다음날 레너드 코헨의 음원저작권을 갖고 있는 코헨의 가족과 소니/ATV 뮤직 퍼블리싱측은 공화당 전당위원회의 음악 사용 요청을 여러차례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에서 무단으로 음악이 사용된 것이 놀랍고 경악스럽다면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코헨측은 그의 생애 마지막 발표곡이자 2017년 그래미상 수상곡인 ‘You want it darker(더 어두워지기를 바라는가)’의 사용 요청을 했다면 고려해볼수도 있었다고 비꼬면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선거진영과 유명 음악인들이 마찰음을 빚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탐 페티 앤 더 하트브레이커스의 리더였던 탐 페티의 가족은 지난 6월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그의 노래 ‘I won't back down(절대 물러서지 않을거야)가 무단 사용된 것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탐 페티 가족은 성명을 통해 그의 음악은 약자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인종차별을 일삼는 혐오 캠페인에 음악이 사용되기를 고인이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가수 닐영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바위 얼굴로 유명한 러시모어산에서 지난 7월 개최한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자신의 노래 Like a hurricane(허리케인처럼)과 Rockin in the free world(자유로운 세상에서 록을)가 나오자 이에 항의했다.

본래 캐나다 출신인 닐 영은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기 위해 지난 1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영국의 록그룹인 롤링스톤즈는 자신들의 노래인 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네가 바라는 것을 언제나 가질수는 없어)의 무단사용을 여러차례 경고했으나 트럼프의 선거유세에서 계속 사용되자 법적 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수를 뒀다.

이들뿐만 아니라 리한나, 페렐 윌리엄스, 퀸 등이 자신들의 노래를 선거유세에 쓰지 말라고 경고했고 엘튼 존과 존 레전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취임식 공연요청을 거부했다.

반면 올해 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존 레전드, 제니퍼 허드슨, 빌리 아일리시 등의 공연을 비롯해 배우인 에바 롱고리아, 케리 워싱턴,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와 스포츠 스타인 스테판 커리도 등장해서 말그대로 스타들의 향연이었다.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해서 팝스타 등 미국 연예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때문이다.

왜 미국 연예계가 진보주의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우선 이들 연예인들이 대체로 거주하는 곳이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와 뉴욕인데 이들 주는 대체로 진보가 보수보다 우세하다.

또 많은 연예인이 노조인 Screen Actors Guild(연기자협회) 등에 가입되어 있는데 노동조합의 특성상 진보세력이 우세하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1970년대 인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등을 통해 그전까지는 정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연예인들이 사회정치적 문제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진보적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중 상당수가 흑인이나 동성애자로 인종차별이나 동성애 혐오 등을 겪은 경험이 있는 것도 진보주의가 강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다수의 배우나 가수들은 백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현실에서 왜 연예인들이 보수적이기보다 진보적인가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