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항공기(왼쪽)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오른쪽).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항공업계가 장마·태풍 등 악천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3분기 여객수요가 정상화되기 어려운데다, 항공 화물의 실적 개선폭도 둔화되면서 풀서비스캐리어(FSC)의 하반기 실적 개선 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 3분기 실적 양극화 완화 전망… FSC 이익개선 둔화될 것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항공사들의 실적 양극화는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2분기 FSC들의 실적을 견인해 온 항공 화물 특수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각각 516억원, 511억원의 영업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양사의 영업익이 각각 1485억원, 115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경우 각각 65.3%, 55.7% 감소한 수준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3분기 실적은 2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점쳐진다. 3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를 보면 제주항공 610억원, 진에어 415억원, 티웨이항공 479억원이다. 해당 항공사은 2분기 각각 854억원, 596억원, 4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LCC들의 적자규모는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지겠지만 FSC들의 영업익 규모는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2분기 양대 FSC는 항공 화물 특수에 이어 깜짝 실적을 냈다. 정확하게 말하면 예년과 화물 물량은 비슷했으나 코로나19로 글로벌 유통망이 막히며 항공 화물의 객단가가 상승, 여객 수요에만 매달리는 LCC와 달리 화물 운송도 다루는 FSC의 성과가 좋았다는 평가다. 그 결과 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이스타항공과 플라이강원을 제외한 국내 항공사들의 합산 영업적자는 599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대비 4000억원 줄어든 금액이다. 

여객 수요가 가파르게 줄면서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해 화물을 나르던 밸리 카고의 공급은 줄었지만 물동량은 줄지 않으면서 화물운임이 치솟은 대목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화물 공급은 37% 줄었지만 물동량은 22% 밖에 줄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운임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0%, 102%나 뛰었다. 

▲ 대한항공 A330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출처=대한항공

화물 운임 상승세 둔화에 공급 늘어… 고정비 감소 효과도 미미

FSC들이 3분기에도 2분기 수준의 호실적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7월 글로벌 항공화물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한 수준이다. 5월 전년 대비 20.1%, 6월 전년 대비 16.6%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요가 소폭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2019년 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수요 개선에 따라 화물운임 상승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운임 상승폭은 다소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화물 일드(Yield·단위당 운임)는 전년 동기 대비 45~50%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여전히 밸리 카고 공급이 더디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공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경쟁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글로벌 항공사들이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서며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영국의 물류전문지 더로드스타에 따르면 최근 델타항공은 화물 사업 강화를 위해 와이드바디 비행기의 좌석을 제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두바이 국영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 또한 6월 화물 사업을 위해 7대의 여객기에서 좌석을 제거했으며,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7월 초부터 이코노미 클래스 객실의 일부 좌석을 제거한 보잉 777-300ER 항공기를 이용해 화물 전용 여객기 운항을 시작한 상황이다.

이 밖에 중국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을 비롯해 아메리칸항공, 에어캐나다, 루프트한자 등도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공급 확대는 운임 하락으로 이어진다. 

유류비와 직원들의 휴직으로 인한 인건비 등 고정비 감소효과도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일례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분기 인건비와 유류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56% 줄었다. 하지만 3분기까지 휴직이 이어지고 있어 인건비 절감 규모는 비슷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대부분 여객기를 띄우지 못해 저유가 수혜도 체감하기 어렵다. 

양대 FSC의 경우 자회사 대부분이 여객사업과 연관돼있어 다른 곳에서 영업익을 만회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실제 2분기 별도 기준 실적과 비교해 연결 영업이익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83억원, 916억원 줄었다. 1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적자가 늘어난 셈이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서는 여객 부문에서의 반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세로 국제 여객 수요는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국내 항공사들이 베트남 등 국제선 노선 운항 재개에 나선 상황이지만 불안감으로 여객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  

국내선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고, 코로나19의 연내 종식 여부도 불투명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워 이동제한에 따른 예약률 저하, 대규모 위약금 발생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곧바로 여객 등 항공 수요 회복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물론 4분기 계절적 성수기가 있는 데다 연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항공 화물 수요가 나아질 수도 있다는 점은 그나마 한 줄기 빛이다. 아울러 FSC들도 자산 매각으로 현금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당분간 버틸 체력은 마련했다는 평가다. 

박성봉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해외여행 재개는 3분기에도 어려울 전망”이라며 “2분기는 K-방역 제품 등 긴급주문으로 운임이 급등한 측면이 있었고 최근에는 여객기를 통한 화물 수송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화물 운임은 5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3분기에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