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폐기물처리 사업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현금 흐름이 좋고 경기를 타지 않아 잠재력이 큰 사업으로 일찍이 사모펀드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견에 이어 대형건설사도 눈독을 들이며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 1조원 '빅딜' 내건 이유는

현금 자산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가 폐기물처리 산업 인수전에 뛰어 들면서 '빅딜'이 성사됐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를 탈환한 SK건설은 올해 친환경 사업에 진출하며 폐기물처리 사업을 첫 타순으로 삼았다. 국내에선 보기드문 종합 환경관리플랫폼인 EMC홀딩스(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의 지분 100% 인수한다고 2일 밝힌 것이다. 약 1조 규모로 예상되는 거래금액은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과의 조정을 통해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중견건설사들도 M&A 시장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상위권 업체인 코엔텍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 중견건설사를 포함해 건설건자재 기업인 아이에스동서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최근 광폭 행보를 보이는 아이에스동서가 컨소시엄 형태로 지분 확보에 성공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올해 들어 코오롱그룹의 계열사인 코오롱환경에너지를 포함해 새한환경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지난해 6월 건설폐기물처리 1위 기업인 인선이엔티를 인수하며, 렌트 사업을 매각하는 등 비주류 산업 재편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같은 공격적인 사업진출의 효과는 주가에서 드러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연초 1만6250원(3월 19일) 수준으로 내려앉았지만, 인수 소식이 전해지며 회복세를 탔다. 이날에는 4만6150원에 거래 마감됐고, 이는 전날보다 2.44% 오른 것이다.

중견과 대형건설사 모두 폐기물처리산업에 뛰어든 배경에는 현금창출능력이 자리한다. 국내 건설사업 수주 경쟁이 매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최악의 변수가 불어 닥친 상황이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폐기물처리 산업은 수주 공백을 메워줄 새로운 먹거리가 될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0년대 이미 사업에 진출한 태영건설은 현재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자회사인 TSK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6545억원, 11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약 30%, 40% 각각 늘어난 숫자다.

M&A 시장에서 중견사들의 러브콜을 받은 코엔텍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711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45%를 넘어서는 등 건설사 평균인 5%(2018년 기준)와 비교하면 9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장벽 높은 폐기물 처리 시장, 코로나에도 '이상무' 
▲ 출처=폐기물처리협회

건설사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폐기물처리 산업은 성장 잠재력도 기대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장 규모는 약 17조원으로, 이후 5년래 25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환경 규제 강화와 수급불균형으로 단가는 꾸준히 오르는데 수요는 늘어나면서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과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8년 폐기물 발생량은 1년새 3.9% 증가했다. 특히 이 중 절반 남짓을 차지하는 건설 폐기물은 5.4% 늘어났다. 폐기물 발생량은 경재성장률과 연관되는데, 올해에는 코로나 충격에도 불구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크와 배달용품 등 생활쓰레기가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단가는 올랐다. 환경부가 방치 폐기물 처리를 위해 마련한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종류별 평균 단가는 48만원으로 7년 전인 2013년보다 45% 가량 상승했다. 이 중 고가인 의료폐기물 등을 제외하고 전체 비중이 높은 건설폐기물의 단가는 27% 오른 5만5000원이다. 

무엇보다 M&A 시장에 등장한 최종처리 사업체는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대표적인 인허가 사업이자 기피 시설인 만큼 설립 절차는 까다로운데, 대규모 설비투자는 필수적이다. 이런 까닭으로 영세사업자가 혼제된 운반업과 달리 과점과 대형화가 진행된 시장이기도 하다.

SK건설이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EMC홀딩스도 전국 970여개 수처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 사업체다. 여기에 폐기물 소각장 4곳과 매립장 1곳을 보유하는 등 다른 환경사업부문에서도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 건설 관계자는 "수처리 사업 등 환경 관리 사업은 인허가가 어려워 기존의 환경 기업을 인수했다"면서 "친환경 사업에 진출고자 이를 추진중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