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의 규제 삼중고로 재건축 시장이 움츠러든 사이,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수주난에 대한 자구책으로 대형 건설사들 역시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커지면서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의 호가도 상승 조짐이 엿보이는 상황이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 호가 상승...예외는 주의

재건축 규제 장기화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 ‘90년대생’에 이어 “00년대생” 아파트들의 리모델링 합류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교통 호재와 맞물린 일부 단지들의 호가 역시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1140세대 규모의 양천구 목동 ‘목동우성2차아파트’ 역시 서울 내 대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하나다. 해당 단지는 지난 7월 13일 양천구청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얻으면서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으로 21층 1311세대 규모 단지로 탈바꿈한다. 호가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해당 단지의 중개업자는 “2호선 차량기지 이전 호재와 함께 지난 6월 이후 리모델링 속도가 나면서 84㎡ 매물은 현재 9억5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6월에 비해 5000여만원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2983세대의 대단지인 강동구 ‘암사선사현대아파트’ 역시 리모델링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위원회 측은 현재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확보한 상황이다. 이 곳 역시 8호선 연장 호재와 리모델링 추진으로 84㎡ 기준 호가가 6월보다 3억원 이상은 올랐다는 것이 인근 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3,4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경기 수도권 일대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관심도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리모델링 13개 단지 중 가장 많은 8개 단지가 모여 있는 성남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1158세대 규모의 성남시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역시 리모델링 호재로 호가는 상승하고 있다. 단지 내 중개업자는 “9월까지 사업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사업 승인시 지금 가격보다 호가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현재 84㎡ 매매가격이 9억8000만원인데 6월과 비교하면 7000여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리모델링 상승이 반드시 호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인근 업자들은 말하고 있다. 건축심의를 통과한 같은 동의 ‘느티나무4단지’의 경우 리모델링 건축심의를 통과한 상태다.

단지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2차 안전진단 통과와 사업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14년도 조합 설립 이후 호가야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상록우성 아파트 등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 낮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가격이 상승하기 위해서 전세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리모델링 추진 단계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에 제한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시장 성장에, 대형 건설사 진출 가속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등이 성장하면서 전체적인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세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인테리어 중개 플랫폼 집닥의 ‘건축 데이터 기반 전국 건축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워부터 5월까지 집계된 500여건의 건축 견적 등 문의에서 전체 문의의 17%가 리모델링 관련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의 8%보다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 리모델링을 추진중인 성남시 분당구 한솔마을 5단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재건축 규제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재조명 받는 것은 사업의 수월함 때문이다. 재건축과의 상대적인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평이다. 우선 일반 재건축 등과 달리 기부채납 등의 규제가 없다. 안전진단 규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B등급 이상 시 수직증축이 가능하고 C등급 이상의 경우 수평 증축도 가능하다.

수요 증가와 시장 성장세에 대형 건설사들의 시장 진입도 점차 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목동우성2차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도 대형 건설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조합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공능력 기준 TOP 10위 내의 건설사 4곳이 이미 수주 의향을 타진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단지 내 중개업자에 따르면 현재 단지 내에는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2020년 시공능력평가 순)의 홍보 현수막이 설치된 상황이다.

암사선사현대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역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내 업자들에 의하면 현재 수주에 눈독을 보이는 건설사들은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쌍용건설 등 쟁쟁한 대형사들이다.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경기지역 리모델링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현재 경기 지역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중, 추진위 단계를 제외한 단지는 9개다. 이 중 5개 단지의 사업이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10위안에 드는 대형건설사 주도로 진행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서울은 워낙 수주 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존부터 이미 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도 수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최대한 수익성과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리모델링 수주에 나서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집닥 관계자는 “최근 신축 대비 유리한 용적률, 그리고 리모델링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사업 시행 등으로 리모델링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축주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 건축의뢰도 마찬가지로 증가하는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