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경그룹 본사 전경. 출처=애경그룹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AK홀딩스의 새로운 수장이 된 이석주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 2018년 제주항공 단독 대표를 맡은 지 2년 만에 지주회사인 AK홀딩스 사령탑에 올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주요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부진은 물론, 제주항공 대표 재직 당시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에 개입했다는 구설수까지 헤쳐 나가야한다. 업계는 친정에 돌아온 이 대표가 애경그룹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지난 6월 AK홀딩스 신임 대표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를 선임했다. 새로운 수장에 오른 이 대표는 196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은 ‘전문경영인’이다.

본래 2007년 3월 V&S 투자자문 대표로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다 2008년 1월 애경그룹에 입사해 애경산업 신규산업&혁신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제주항공 감사, 애경산업 마케팅 화장품부문 전략기획실 재직 및 제주항공의 마케팅 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마케팅 통’으로 인정받았다. 제주항공 커머셜본부장을 거쳐 2017년 11월 제주항공 대표에 오른 이후 2년 만에 지주사 대표에 올랐다.

 

이석주 ‘리더십’ 자질 논란, 곤혹 떨쳐낼까

애경그룹의 이번 인사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구원투수 역할로 이 대표를 발탁했다는 입장이다. 재무전문가인 동시에 마케팅 전문가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제주항공과 애경산업을 중심으로 한 위기경영체제를 주도할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평가다. 애경그룹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놓인 가운데, 당시 이 대표는 본인 및 임원의 급여의 30% 이상을 반납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리더십 자질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본인이 이끌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끝내 무산됐고,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희망퇴직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는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당시 이 대표는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지만, 관련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신뢰도가 떨어진 바 있다.

애경그룹은 이 대표를 지주사로 옮겨 제주항공 간의 공조 강화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져온 업황 부진으로 제주항공의 수익성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불매운동, 여기에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항공업에 연쇄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항공은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이스타항공 인수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1500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스타항공 인수는 애초부터 무리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또한 일각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실적 부진부터 AK홀딩스로 옮겨가기 전 가장 최근까지도 리스크 관리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석주 대표가 이끌던 2018년 당시 제주항공은 역대 최대 규모인 매출 1조를 달성했지만, 당시 항공업계 모두가 호황기이던 시절이라 대외적 환경 영향이 더 컸다”고 말했다.

▲ AGE 20’s 1캐럿 크리스탈 에디션. 출처=애경산업
불안한 ‘화장품’사업...애경산업 길잡이 돌아오나

업계에서는 제주항공과의 공조보다 주요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실적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애경산업은 지난해부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특히 단일 브랜드의 높은 의존도로 화장품 사업의 성장 한계성은 꾸준히 언급돼왔다. 이에 설상가상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점 채널까지 막히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애경산업의 2020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2823억원, 11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각각 16%, 75% 줄었다. 그 중 화장품 사업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내외 어려운 시장 속 부진을 이어가 누적 매출액 974억원, 영업이익 4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8%, 80%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생활용품 사업은 위생용품의 수요가 증가해 실적이 나아지고 있지만, 화장품 시장은 올해 하반기까지 아직 어두울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를 선택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4년 애경산업 화장품 부문 마케팅 담당 당시 ‘모녀팩트’로 불리는 ‘AGE 20’s (에이지투웨니스)’를 기획해 히트를 치면서 채동석 애경그룹 부회장의 든든한 신뢰를 얻은 바 있다. 이후 에이지투웨니스로 화장품 사업이 크게 성장해 2018년에는 전체 매출의 화장품 사업의 비중이 50%를 넘어섰다.

다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역시나 높은 원브랜드 의존도다. 이 대표의 손을 타 완성된 에이지투웨니스는 현재 전체 화장품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효자 브랜드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제품과 채널 의존도가 너무 한 상품과 브랜드에 치우쳐 있어 단일 의존도 감소여부를 이 대표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 전문가인 동시에 마케팅 통으로 꼽히는 이 대표 능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같은 이유다. 때문에 업계는 아직 국내는 물론 해외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전망이 마냥 밝지 않지만,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이 대표가 당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애경산업은 물론, 위기에 놓인 제주항공까지 사업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석주 대표의 리더십이 애경산업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다”면서 “제주항공 간의 공조 강화보다 주력 산업의 회복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