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약품이 지방간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출처=한미약품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미약품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HM15211)’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의 바이오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이는 약물이 체내에서 줄어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기술로 투여량을 낮출 수 있어 부작용 가능성을 줄이면서도 약효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글로벌 NASH 시장은 아직 치료제가 없어 미개척지로 여겨진다. 이 시장은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45%씩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미약품, NASH 치료제 개발 박차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유럽간학회(EASL2020)에서 HM15211의 임상 1상 결과 두 건을 발표했다. 해당 임상 1상은 각각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 환자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발표에 따르면 HM15211은 NAFLD 환자 대상 임상 1상에서 상대적 지방간 감소, 30% 이상 지방간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약물 투여는 각각 킬로그램당 0.08mg, 0.06mg, 0.04mg, 0.02mg, 0.01mg, 위약군으로 나눠 진행됐다. 투여 순으로 8주차 데이터에서는 상대적 지방간 감소가 80.3%, 71%, 44.5%, 43%, 14.9%를 나타냈다. 위약군은 1.2% 감소했다. 30% 이상 지방간 감소는 각각 100%, 88.9%, 70%, 77.8%, 11.1%였다. 위약군은 13.3%을 나타냈다.

한미약품은 12주차 데이터에서 상대적 지방간 감소를 각각 81.2%, 59.2%, 38%, 36%, 19.6% 확인했다. 위약군은 5.7% 줄었다. 30% 이상 지방간 감소는 각각 100%, 88.9%, 55.6%, 77.8%, 33.3%였다. 위약군은 13.3%를 기록했다.

▲ HM15211 임상 1상 결과. 출처=한미약품, EASL2020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1상에서는 심각한 이상반응(TEAE, Treatment Emergent Adverse Event)에 따른 약물 투여 중단 사례는 없었다. 주요 부작용은 위장관계부작용, 구역, 구토 등이 0.12mg/kg에서 6명 중 4명에게서 발생했다.

NAFLD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임상 1상에서는 최대 81.2%까지 지방간을 우수하게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하이투자증권 박재경 애널리스트는 “환자 수가 적어 직접 비교는 어려우나, HM15211은 비교적 짧은 12주만에 우수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보여 NASH 해소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NASH는 간 내 지방 축적, 지질 과산화로 인한 염증, 섬유화로 진행되는데 HM15211은 특히 간 내 지방축적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박재경 애널리스트는 또 “섬유화로 진행되기 전의 초기 NASH, 섬유화 치료제와의 병용 투여에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HM15211 적용 바이오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 무엇

한미약품은 HM15211에 바이오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했다. 대개 바이오의약품은 체내에 투여할 시 분해가 빨라 약효의 지속시간이 길지 않다. 한미약품은 ‘랩스캐리어’라는 단백질을 후보물질에 결합해 약물의 분자 크기를 키웠다.

약물 분자 크기가 커지면 체내 주입 시 혈관내 상피세포로 흡수돼 분해되는 약물량과 신장 여과에 따른 약물 감소 효과를 줄여 약물 성분이 체내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 약물의 효과가 줄어드는 약물 반감기가 늘어나 약효시간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 투약 횟수와 투여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부작용 가능성을 낮추고 약효를 최적화할 수 있다.

랩스단백질은 체내 부작용이 없고 약효를 내는 성분인 단백질 특성과 상관없이 결합이 가능하다. 랩스커버리 기술은 HM15211 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오의약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은 다양한 약물에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일종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설명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미개척 선진국형 질환

지방간은 대개 치료제가 없는 질환으로 간주된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미개척지로 볼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NASH 시장은 지난 2016년 6800억원을 나타냈지만 오는 2026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해 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NASH는 알코올 섭취와는 관계없이 간세포 사이에 중성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 증상과 간세포가 괴사하는 염증성 징후 등이 나타나는 병이다. 비만과 당료 등과 연관이 있다. 이는 고열량 식사 및 운동 부족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선진국형 질환으로 분류된다. 심할 시 간 경화와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미약품은 HM15211 외에도 ‘랩스 GLP 글루카곤 듀얼 아고니스트(에피노페그듀타이드, HM12525A)’, ‘랩스 글루카곤 콤보(HM14320)’ 등 총 3종의 NASH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 중 HM12525A는 글로벌 제약사인 미국 MSD에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등을 포함해 최대 계약금 1조원에 기술이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