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그룹이 중심이 되어 열리는 민간 최대 사회적 가치 축제인 ‘소셜밸류커넥트2020 (Social Value ConnectㆍSOVAC)’이 1일 개막, 오는 24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기업이 함께 혁신과 협력을 통해 극복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에 올해에는 다양한 비전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겪어보지 못한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에게 SOVAC의 가치는 생경하면서도 의미있는 화두를 던진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를 맞아, 우리는 SOVAC 2020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선물받게 됐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SOVAC 2020의 가치와 의미를 살펴보자.

▲ 출처=갈무리

#온라인으로 열린다

지난해 처음 열린 SOVAC 2019는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이라는 오프라인에서 열렸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00% 온라인 공간에서 열릴 전망이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민간의 사회적 가치는 명확한 정의를 가지는 선한 영향력이라는 중요한 화두지만 자칫 모호한 개념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행사가 열릴 경우 SOVAC의 중요한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기에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눈으로 보며 촉감을 느끼며 냄새를 맡는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SOVAC이 추구하는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SOVAC 홈페이지 및 유튜브 채널을 살펴본 결과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이 온라인에서 더욱 명징하게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각 세션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세션 및 키노트, 그리고 시공간의 경계를 나누는 영상 특유의 내러티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페이지를 보면 각 세션의 화두를 파악할 때, 단순 인터뷰와 더불어 ‘꽁트’ 형식의 콘텐츠 내러티브도 종종 발견된다. 이러한 스토리 텔링은 오로지 온라인 동영상으로만 가능한 작업이며 동시에 핵심 이슈를 쏙쏙 집어내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실제로 한 소셜 임팩트 스타트업은 재미있는 구성과 흥미로운 ‘연기’를 바탕으로 자기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명확하게 보여줬고, 그 과정에서 일정정도의 재미도 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온라인 동영상 내러티브가 사회적 가치의 패러다임을 일반에 스며들도록 하는 핵심 키포인트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SOVAC에서 최태원 회장이 직접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려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당시 최태원 SK 회장은 왜 SK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는지를 두고 회장 최태원이 아닌 인간 최태원의 근본적 질문을 꺼내며 "회장으로 취임했던 21년 전 아시아 금융위기 등으로 어려웠다"면서 "나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감능력은 제로였으며 어떻게 하면 돈을 벌까, 모든 것을 일로만 봤다. 내 가슴은 텅텅 비어있었다"고 고백했다.

▲ 지난해 SOVAC 2019 무대에 오른 최태원 회장. 출처=SK

최 회장은 이어 "나와 정반대인 사람은 돈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때부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냉정한 기업의 정글에서 성공과 생존을 위해 칼을 휘두르던 최 회장이 자연인이 되는 순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가치라는 거대 담론이 나왔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는 '정반대인 사람'을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종욱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도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개념 설정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사회적 가치의 기본 개념은 다양성, 공공의 이익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라면서 “이는 국가의 발생 이유기도 하기에 상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참여, 공동체 등이 대표적 사회적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지난해 SOVAC 2019를 통해 사회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됐으며, 이러한 흐름이 올해 비록 ‘의도하지 않았으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온라인 동영상의 스토리 텔링 기법과 만나 핵심 화두 자체가 더욱 선명해지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 SOVAC 2019가 열리고 있다. 사진=박재성 기자

#더 넓어진 범위

올해 SOVAC 2020에서는 많은 경제계 인사들도 관심을 보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사회적 가치는 이동의 진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 고객에게 새로운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와 미래에너지를 위해 전기 및 모빌리티, 수소 생태계 확장을 확진하고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 공헌 등 지속가능성을 적극 타진한 것”이라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등장했다. 최 회장은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의 기업시민(시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존, 공생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며 “기업이 경제주체로서 일자리와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 뿐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기업에 부여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본인을 체인지메이커(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결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로 소개하며 회장은 “금융 불평등을 해소하는 ‘상생의 가치’, 고객은 기업을 지지하고 기업은 사회와 협업하는 ‘신뢰의 선순환’, 기후변화 위협에 대응하는 ‘환경의 보전’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바꾸는 착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세상을 더욱 가치있게, 따뜻하게 바꾸는 SOVAC의 여정에 신한도 언제나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SK그룹만을 중심에 둔 사회적 가치 창출이 화두였다면, 올해는 그 범위가 다른 기업으로 더 넓어진 셈이다. 이는 민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가치 패러다임이 더욱 튼튼한 뿌리를 가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 SOVAC 2020에 등장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출처=SK

#축제, 그리고 축제

처음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논하던 때, 일부는 ‘대기업의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한 다양한 비전을 모은다는 발상 자체가 생경스러웠기 때문이다.

SOVAC 2020을 맞이한 현재,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전 계열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SK그룹의 계열사들처럼, SK하이닉스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적을 발표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4일 SK하이닉스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저조한 사회적 가치 실적을 거뒀음에도 이를 솔직하고 가감없게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공개한 2019년 사회적 가치 실적은 분야별로 납세, 고용, 배당 등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4조593억원이며 제품 개발, 생산, 판매 과정 중 사회(노동/동반성장)와 환경 영역에서 발생한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5398억원이다. 또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 사회성과’가 693억원으로 나타났다.

▲ 출처=SK하이닉스

2018년과 비교할 때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60%(5조9953억원) 줄었고,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8%(64억원) 감소,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부정적 영향이 5%(275억원) 증가하는 등 모든 분야에서 실적이 대폭 줄었다. 고용은 늘어 2019년말 국내 구성원(자회사 포함)은 3만1508명으로 전년대비 3186명(11%) 증가했으나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반도체 시황 악화로 납세가 전년 대비 92% 줄어들었다. 동반성장 분야에서는 의미있는 성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아쉬운 성적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숨기지 않았고, 사회적 가치에 대한 솔직한 접근을 보여줬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지속경영 김윤욱 담당은 “2018년 대비 사회적 성과가 큰 폭으로 감소됐다”며, “특히 부정적 영향이 커지는 환경 분야에서 에너지 절감, 저전력 반도체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사회적 가치에 접근하는 SK 전체의 진심이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허상이라 믿으며, SOVAC 2020을 대기업의 취미생활로 폄하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답은 이미 나왔다.

지난해 10월,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팀장은 사회적 가치를 두고 ‘정체를 잘 모르겠다’는 일각의 반응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시작하며 일각에서는 그 실체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이는 당연한 일”이라면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고 다양한 효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SK는 왜 사회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일까? 정 팀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나아가 생존의 가치를 거론했다.

▲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팀장. 사진=최진홍 기자

정 팀장은 “20년 전 글로벌 대기업 순위를 보면 대부분 인류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기업 순위에 올라있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은 모두 새로운 사회의 변화에 맞춰 이를 충족시키는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기업환경에서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고 주주의 이득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며, 그 동력은 인류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해결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기업도 새로운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팀장은 “투자자들은 단순히 이득을 보기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투자금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민하고, 고객들은 단순히 ‘가성비’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소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려한다”면서 “결국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생명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제 기업이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나서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고객의 개념도 변한다. 고객은 단순히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만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그 개념이 훨씬 넓어진다. 자기의 소비생활이 어떤 긍정적인 사회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는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고객은 사회 전체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이를 “전 사회가 이해 관계자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해 12월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2019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에서 ‘사회적 가치와 기업시민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해 “기업이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트렌드가 생겼다”며 “사회문제가 매우 심화하고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두는 생존이다. 최 회장은 “기업에게 사회적 가치 창출은 이제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라며 “기업시민이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살기 위해, 또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야 말로 시의적절한 선택”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구글 등 기업경영의 글로벌 트렌드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구글은 개발자 연례 콘퍼런스에서 슬로건과 함께 장애인 접근성만 얘기했다”며 “기업의 생존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달려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는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가치소비의 시대를 맞이하는 거대한 트렌드, 나아가 이제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 생존을 담보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그 연장선에서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SOVAC 2020은 그 멋진 신세계의 길을 매끄럽게 열어준 문지기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