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 2011년 H사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A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도수치료를 두 달 간 받은 치료비 9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H사측에선 A씨에게 치료비 90만원을 주는 대신 향후 도수치료로 인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같은 사유로 보험금을 다시 청구하지 못하도록 이른바 ‘청구권 포기각서’를 작성·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비합리적인 보험금 과다 청구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입자는 각서에 서명할 의무가 없을뿐더러 약관상 보험금 청구 횟수에 제한이 없는 상품이라면 서명 시 향후 손해를 입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가입자들에게 보험금 재청구를 막기 위한 보험사들의 각서 요구가 비일비재하다. 현대해상은 보험금을 청구한 종합보험 가입자에게 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인서에는 보험금 지급 조건으로 반복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흥국화재도 최근 보험금을 청구한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각서 작성을 요구해 논란이 일은 바 있다. 흥국화재는 당초 이 가입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으나, '보험금 재청구를 하지 않는다'는 각서에 서명을 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보험금 청구에 걸림돌

이 같은 각서 작성은 주로 실손보험 비급여 담보나, 후유장해, 만성질환 발생 등 반복적인 보험금 청구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이뤄진다.

보험사는 면책 사유 등 보험금 지급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청구 건에 대해 가입자에게 각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향후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 상승을 예방하고 있다. 즉 '각서를 작성하면 보험금을 주겠다'는 식의 일종의 회유책이다.

그러나 약관 상 보상 횟수에 제한이 있는 상품이 아니라면 추후 보험금 청구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가입자들이 섣불리 보험금 청구권 포기각서에 서명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입자는 보험금 청구권 포기각서에 서명해야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가령 후유장해를 입은 가입자가 관련 보험금 청구권 포기각서에 서명할 경우 향후 보험금 지급 사유가 다시 발생하더라도 보험금을 받기 어렵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약관 등 기초서류 준수를 위반한 보험사는 최대 수입보험료 50% 수준의 과징금이 내려질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 포기 각서가 보험사들의 일반적인 처리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손해사정 관련 업무 가이드 등도 각 사마다 다르다"며 "다만, 보험금 지급 사유가 타당하다면 각서 작성 등 없이도 정상적으로 보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