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검찰이 1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전·현직 경영진 등 11 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시세조종 및 업무상 배임 혐의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 관행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인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6월 불기소 권고를 했음에도, 검찰 스스로 수사심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치열한 공방

검찰은 지난 6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등 3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과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며 구속영장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기소 타당성을 검찰 수사심위에서 판단해달라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즉각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소집 요청을 사실상 묵살해버렸다. 50여차례의 압수수색과 430여차례의 임직원 소환조사가 진행된 후다.

첨예한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은 6월 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은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에 대한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라면서 “피의자들의 책임은 이후에 있을 재판을 통한 공방을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구속영장 기각의 근거를 설명했다.

공은 검찰 수사심위로 넘어갔다. 이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회의실에서 6월 26일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의 회의가 열린 가운데, 수사심위는 검찰에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구속 기소를 권고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게 기업활동에 전념하여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기회를 주신데 대하여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인사시즌, 나아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립구도가 심해지는 한편 정치적 논란이 개입되며 검찰은 수사심위의 결정을 뒤집었다.

사법 리스크 커졌다

검찰이 수사심위 권고를 뒤집고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시기에, 국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수출 및 경제지수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콘트롤 타워가 사법 리스크에 걸려들 경우 전격적인 판단 자체가 어렵고, 이는 고스란히 국내 경제에 대한 충격파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일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승계 과정에 불법적인 소지가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교환하는 합병 방식이 정해진 가운데,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이 종료된 후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된 삼성물산 지분을 안전하게 확보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무리하게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거래 자체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도 마찬가지다.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계속 반영하지 않다가 2015년 합병과 동시에 이를 부채로 잡아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을 두고 검찰은 분식회계가 명백하다고 본다.

다만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무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의 경우 이를 분식회계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를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운 정황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 변호인 측에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며 당시 시세 조정은 결코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의 회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으나,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에 이 부회장 등 11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를 결정하며, 또 한 번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