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이중 순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향후 중국 국내 경제에 치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출처= China Dail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은 수 년 안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교역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중국이 이런 시대의 큰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CNBC가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과 미국과의 긴장으로 기존 질서가 흔들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이중 순환’(dual circulation)이라는 모호한 정책 용어를 구사했다. 이는 경제 활동을 두 개의 원, 즉 국제적인 것과 국내적인 것으로 구분하고 국내 경제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중 순환'이 중국 경제정책의 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개념인지는 확실치 않다.

특히 중국은 몇 달 후면 향후 5년 동안의 경제계획 청사진(14차 경제개발계획)의 발표를 앞두고 있고, 지난 달 25일 미중 양측의 고위급 전화통화 회의에서 지난 1월 체결한 무역협상 1단계 합의 이행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과 분위기 조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중국에서는 중국 경제에 관한 공개 토론이 매우 활발해졌는데, 여기에서 이 용어에 관한 시사점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중국 4대 국영 은행의 하나인 중국은행(Chinese Bank)의 자회사인 홍콩의 ICBC 인터내셔널(ICBC International)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중 순환’에 대한 일련의 주석을 내놓으며 다음 세계화 시대를 위한 중국 정책의 시사점을 논의했다.

그들은 두 개의 차트를 보여 주었다. 하나는 글로벌 수요 허브로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경제, 다른 하나는 세계가 유럽, 북미, 아시아의 세 개의 큰 지역으로 나뉘어져 지역 차원의 교류를 하는 형태였고 중국과 그 '내부 순환'(중국 경제)이 아시아의 중심에 서 있었다.

홍콩의 비영리 연구단체 하인리히재단(Hinrich Foundation)의 스티븐 올슨 연구원은 "중국의 이중 순환 정책은 중국이 향후 20년은 지난 20년처럼 무역에 크게 의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중국과의 깊은 경제 통합을 추구하는 것은 전략적인 실수라는 인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경제의 성장만 부추겼다는 것이지요.”

이미 지난 2년간 중국과 미국은 관세 폭탄을 주고 받으며 난타전을 벌이면서 양국 간 물동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개별 국가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회사 윈드 인포메이션(Wind Information)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접속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유럽연합(EU)에 최고 교역국 자리를 넘겼다.

데이터는 또,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의 최대 교역국도 올해부터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바뀌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한 연설에서 중국의 다음 5개년 경제개발계획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은 계속 높아지고, 세계경제와 중국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중국이 다른 나라에 제공하는 시장 기회는 더 넓어지는 동시에 국제상품과 핵심자원을 끌어 들이는 거대한 중력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ICBC 인터내셔널(ICBC International)이 보여준 두 개의 차트. 위는 글로벌 수요 허브로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경제, 아래는 세계가 유럽, 북미, 아시아의 세 개의 큰 지역으로 나뉘어져 지역 차원의 교류를 하는 형태인데 중국이 아시아의 중심에 서 있다.     출처= ICBC International

만만치 않은 국내 문제

그러나 중국 국내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에 이어 올 여름 남부지역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새로운 문제로 추가됐다.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시행한 부양책으로 부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과 국영기업이 별도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을 선호하는 환경은 뿌리 깊은 문제들이다.

중국 내수 시장이 커지고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에 대한 도전도 커지면서 '중국 내, 중국을 위한' 전략을 채택하는 외국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은 지정학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그런 투자를 환영해 왔고 외국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90억5000만달러(10조 7000억원)로 지난해에 비해 12.2%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최고조를 이루었던 지난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한 것이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 르네상스(China Renaissance)의 거시전략 연구책임자 브루스 팡은 "자본이 왕이다.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기회와 확실성을 제공한다면 중국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과 기업들은 또 중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으로 초점을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

중국정책과학협회 경제정책위원회의 쉬훙차이(許宏才) 부국장은 "중국의 수출을 내부로 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좋은 일"이라며 "중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면 세계 다른 나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에는 고통이 수반될 것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수로의 전환이 앞으로 몇 달 안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

쉬 부국장은 "현재 중국 내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수요가 전체적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일자리를 찾아야 하고, 그래서 이 과도기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6.8%를 기록한 뒤 2분기에 3.2% 깜짝 증가를 보였지만 이는 특히 부동산 부문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소매 판매는 7월에도 1.1% 감소했는데, 온라인 쇼핑이 크게 성장했지만 전체적인 하락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상하이 항셍차이나(Hang Seng China)의 댄 왕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소비가 중국 경제의 동력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투자와 수출이 중국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가 늘어나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중국은 소득 분배에서 대대적인 개혁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국영기업의 개혁입니다.”

결국 중국은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가 자국 시장에 더 의존하는 쪽으로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앙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중 순환’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이 중국에 얼마나 의존해 왔는지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면서 좋든 싫든 중국은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중 순환’이라는 말은 ‘미국으로부터의 위험’을 다루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이 말을 통해 중국이 여전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