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생쥐의 선천성 T세포 분화 모식도생쥐에는 자연살해 T세포(NKT)가 많고, 사람에는 MAIT와 감마델타 T 세포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 세포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세포들이라고 생각되어져 왔으나 이번 연구에서 단일세포유전체분석을 통하여 이들이 각기 세 가지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 아형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발달경로 및 성질이 매우 유사함이 확인됐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진이 병원균을 만나지 않고도 기억세포를 미리 만드는 강력한 면역세포의 발생과정을 확인했다. 대개 기억세포는 이전에 겪었던 병원균을 기억하고 이 병원균에 다시 노출되면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도록 돕는다. 폐, 장, 피부 등 병원균과의 접촉이 빈번한 곳에서 생체방어를 담당하는 이 세포의 발달과정에 대한 이해는 면역저하로 인한 각종 감염질환이나 악성종양 등을 극복할 기초자료가 될 전망이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은 포항공과대학교 이유정, 김상욱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종경 교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세의료원 등으로 이뤄진 공동연구진이 새로운 면역 T 세포의 발달과정을 규명했다고 31일 밝혔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포함한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의 병원균과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면역 T 세포는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아형이 존재한다.

이중 최근 밝혀진‘선천성 T 세포’는 병원균을 만나지 않은 발달단계부터 활성화된 형태로 만들어지며 전체 T 세포의 20-30%를 차지하나 그 생성과정이나 역할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사람과 생쥐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3가지 선천성 T 세포인 ‘자연살해 T 세포’, ‘감마델타 T 세포’,‘MAIT 세포’ 발달과정에 주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단일세포 유전체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발달체계와 기능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 세포가 사실은 각각의 전구체로부터 동일한 발달 경로를 공유했다.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4, 인터류킨-17 등 같은 사이토카인(항바이러스성 면역물질)을 분비하는 기능성 아형들로 분화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선천성 T 세포의 아형 구성을 살펴보면 생쥐에는 자연살해 T세포가 많지만 사람에게는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많다. 때문에 생쥐에서는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자연살해 T세포의 강력한 항암, 항바이러스 효능이 검증됐지만 자연살해 T 세포가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에게 많은 MAIT 세포 또는 감마델타 T 세포가 생쥐의 자연살해 T세포에 기능적으로 상응하는 세포라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연구진은 향후 사람에서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MAIT, 감마델타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생쥐에서 처럼 항암, 항바이러스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