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문제 있어? XX 이기적이야!”

최근에 유튜버에서 유행어가 됐다는 말이란다. 언제부터인가 유튜브로 뭘 좀 보려 하면 자꾸 이상한 동영상이 나왔다. ‘진짜 사나이’는 뭔지 알겠는데, ‘가짜 사이나’이는 또 뭐야 하면서 몇 번을 스쳐 지나기만 했다. 이건 또 뭔 패러디물이야 하는 생각도 잠시, 특수부대 요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근 대위가 나오는 것이었다. 특수부대 출신 교관들이 일반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이었다.

얼어 죽을 것 같은 동토의 땅이나 보통 사람이라면 잠시도 견디기 힘들 열대밀림에서 칼 한 자루 달랑 차고 기어이 버텨내는 그의 모습을 평소에도 부러워했다. 헬스클럽 1년 정도 가지고는 그의 어깨와 가슴 그리고 팔 다리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일반인 중에서도 좀 쳐지는 나인지라, 여자도 아니면서 화면에 등장하는 그의 몸을 흠모하곤 했다.

특수부대라 하면 코만도나람보 영화처럼 강인함을 바탕으로 홀로 적진에 침투하여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기대와는 달랐다.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어느 한 두 명 특출한 인물을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동료애와 협동을 강조했다. 그는 ‘강한 남자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자는 지원조차 하지 마라. 나라를 지키고 싶거나, 엘리트팀에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만 지원하라’고 강조한다. 철저하게 팀 사고 방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나오는 외침이 “네 팀을 버릴 거야?”, “동기를 죽일 작정이야?”, “인성에 문제가 있어? XX 이기적이야!”라는 말들이다.

힘든 훈련을 통해 체력을 키우는 훈련 같지만 알고 보면 동료애를 기르기 위한 과정이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서 진행된 영국의 모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교관으로 나서서 악명을 떨쳤다. 한편의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수의 탈락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묘하다. 체력이 약하고 추워서 벌벌 떠는 여성들이 먼저 탈락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의외로 스포츠선수 출신의 건장한 남성들이 견디지 못했다.

그가 특별히 강조한 것이 있으니 팀과 동료들을 위한 헌신과 리더의 책임감이다. 자신이 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팀원들 중에 리더를 정해서 이끌게 한다. 120키로그램의 무거운 보트를 함께 지고 갈 때 조금이라도 요령을 피우는 행위라든지, 앉은 걸음으로 갈 때에도 자기만 편하도록 다리를 다 굽히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가차없었다.

 

세계 탑 플레이어, 하지만 팀 내에선 만능 살림꾼으로

배구는 좋아하지만 그 동안 여배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김연경 선수가 합류하면서 달라졌다. 그간 터키에서 중국에서 그리고 국가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모습만을 간간이 봤을 뿐이다. 그런 그녀가 지난 주말에 무려 10년 만에 국내 무대에서 경기를 치렀다. 국내 프로팀 소속으로 코보컵 대회에 첫 출전을 했다. 화려하고 호쾌한 공격력이 당연히 기대됐다. 그녀는 종목과 남녀를 불문하고 프로스포츠 종목으로는 세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봉까지 세계 탑이었다.

관전결과 역시 배구의 여제였다. 컨디션 수준이 아직 100%로 올라온 것도 아니었고, 여러 세트를 소화한 것도 아니었고, 세터와의 호흡도 아직 원만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름값은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다. 겨우 한 세트 뛰었을 뿐이라,공격측면에서는 13.64%의 적은 공격 점유율을 차지 했다. 하지만 41.67%의 높은 성공률로 7점을 올렸다. 한 세트 25점에서 7점 득점은 결코 적은 점수가 아니다. 반면 수비에서는 54.55%의 높은 리시브 효율로 수비에 힘을 보냈다. 리시브를 전담하는 리베로가 그녀보다 낮은 50%의 효율이었다.

수비 전문 리베로보다 더 많이 몸을 던져 수비를 하고, 필요할 때는 과감히 나가서 공격하고, 팀원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웃어주고 다독여 준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의 팀에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그리고 나아가 전세계 모든 여성 배구인들의왕언니다.웜업존에서경기 내내 동료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10년 동안이나 해외를 돌았고, 너무나 오랜 동안의 국내 공백이 있었지만, 어색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팀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 돌아오기 위해 무려 십여 억 원이 넘는 연봉 금액을 포기하고 팀 내 3위 연봉자가 되었다는 것도 범인은 감내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사실이다.

짧은 동안 프로배구단을 운영했을 뿐이지만, 내가 가장 절실하게 원했던 플레이어의 모습이 바로 그녀가 보여준 모습이다.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서 팀을 안정화 시키고, 스스로만 돋보이고자 하는 화려한 공격을 욕심내지 않고, 시합을 하는 내내 팀 동료들이 지치지 않고 높은 사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있으니, 믿고 긴장하지 말고 마음껏 플레이 하라’는 신뢰를 주는 선수가 제일이다. 감독 코치가 팀을 이끌어 가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코트라는 전장 위에서 솔선수범해서 팀을 이끄는 리더가 굳건해야 강한 팀이 된다.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에 이런 말이 나온다. 구글에 대한 얘기지만 어느 조직으로도 확대해 적용해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잘 나가는 팀들에게는 공통적으로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 만약 팀원들이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리더가 뒤를 받쳐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한다. ‘이런 팀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각각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며, 팀원들은 팀의 목표와 업무가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자신감과 신뢰에 차 있다.’

빌 캠벨, 그는 단순히 멘토가 아니라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CEO들의 위대한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그도 ‘리더십은 스스로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 발휘하는 것이다’고 말하며 리더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팀 우선’임을 강조했다. 팀에 대한 생각은 미국 NBA 슈퍼스타들의 코치이기도 했던 앨런스테인 주니어 역시 똑 같은 의미를 강조한다. ‘팀에서 최고가 아니라 팀을 위해 최고가 되라’고 말이다.

특히 이 책의 추천사에 아주 기억하고 싶은 말이 있다. ‘리더십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리더로 만드냐 마느냐는 구성원들이 결정한다.’ 뭔가 섬뜩함이 느껴지지 않는지? 지금껏 많은 사람들은 다들 자기가 잘 나서 조직을 이끌고 사람들을 지도하는 리더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나는 리더이고, 나를 따르라’고만 했다. 이것이 군대라면 어쩔 수 없지만, 기업이나 그 밖의 정치, 비영리기관이라 할지라도 이들 조직에 적용시켜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인줄로 착각들을 많이 한다

영영사전을 찾아보면 리더 즉, Leader은 in charge of 또는 in control of group, country or situation으로 나와있다. 직급이나 계급이 높거나 아니면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 상황을 책임지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 자가 리더라는 말이다.

어느 조직에 좀 특이한 임원이 있었다. 평소에는 출근이 이른 편이 아니었지만, 일찍 오는 날이 있었다. 바로 신문에 회사의 긍정적인 뉴스가 크게 실리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은 출근하면 하는 일정한 루틴이 있었다. 출근과 동시에 스스로 먼저 신문을 찾아서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를 펼쳐 들고 회사 내부를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회장실이 있는 층과 구조본의 주요 임원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럴 경우에는 보통 차도 한잔 나누기도 했고, 기분 좋은 덕담을 주고 받으며 치하를 받곤 했다.

몇 날 며칠을 팀원들이 자료를 만들고 기자와 협의하고 머리를 맞대서 고생 고생한 결과물이라, 팀원들의 노력을 널리 알렸으면 좋긴 했겠지만, 문제는 팀원들의 땀과 노력 얘기는 쏙 빼버린다는 것이다. 반면에 갈 길 바쁜 재무구조 개선이니 어려워진 회사 얘기 같이 부담스런 내용이 지면을 장식하기라도 한다면 그의 태도는 180도로 바뀌어 버렸다. 부하 팀장에게 그 부담스런 소식을 들고 일일이 고위 임원진들을 찾아 다니면서 보고하고 오라고 등을 떠밀었다.

그룹 내 임원진들을 상대로 무슨 발표 같은 것을 할 경우에도 내부 분위기가 좀 밝은 경우에는 그리고 발표하는 내용이 별 것 없을 때에는 본인이나서서 발표했다. 하지만 사내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어 윗분들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거나, 부담스럽거나 복잡한 내용들의 경우 뒤로 쏙 숨어버리고 밑에 있는 팀장에게 미뤘다. 거기다 발표 중에 참석한 임원진들이 질책성 발언이라도 있을라치면 한술 더 떠서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원들을 쥐 잡듯이 몰아세웠다.

어떤 프로젝트든지 처음 기안을 할 경우에는 아이디어라곤 내 놓는 법이 없으면서도, 마감 기한이 닥치면 팀원들이 애써 고생한 자료들을 죄다 뜯어 고치기 일쑤였다.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래프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둥, 제목의 표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둥 하면서 고생한 팀원들을 밤 늦게까지 붙잡아 두는 일이 다반사였다. 특히나 위기 상황에서 대외적인 대응은 직접 하지는 못한 채 팀원들만 닦달했다. “잘 좀 반영될 수 있게 사정해봐. 그리고 결과물을 만들어서 밤중이라도 보고해.”였다.

성과가 나온 모든 일은 자신이 한 것이고, 잘 되지 못한 모든 것은 팀원들 탓이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늘 불안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해야 했고, 그의 휘하에 있는 팀이었지만 팀원들은 믿고 따를 수가 없었다. 그러면 그가 가끔씩 팀원들에게 협박성멘트로 날리는 것이 있었다. “내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앞으로는 일도 주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도 각오해야 해.”

소인배로서 갖춰야 할 4가지 소양을 모두 가지고 있다. 첫째는 똑똑하다. 현명한 것이 아니라 나서야 될 때와 물러나야 될 때를 잘 계산하는 약삭빠름을 보유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감쪽같이 속일 줄을 안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자기에게만 잘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윗사람이나 상사에게 사랑 받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은근히 과시한다. 셋째는 이런 사람들의 목적은 오직 자기 개인의 이익이다. 이를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는 데에 별로 거리낌이 없다. 그리고 넷째는 가끔은 친한 척하고 다가선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친절하게 대한다. 주위 사람들은 화를 뒤집어 쓴 뒤에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친구로 만났다면 이런 사람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거르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조직은 그럴 수 없다는 데서 비극적이다. 아무리 여럿이어도 팀원들이 내는 목소리의 크기보다는 그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훨씬 크고 영향력도 강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몰랐을 것이다. 그를 리더로 만드는 사람은 결국 그와 함께 하는 팀원들이었다는 것을. 결국 그 사람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