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and After, 150×15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0

정현숙의 작업에서 원과 사각의 관계는 변화를 겪었다. 초기 추상표현주의적 회화에서 원이 주가 되고 사각이 부가되는 것이 명확해 보이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의 구축적 아상블라주 작업에서 원과 사각의 역할을 나누기 힘든 지점도 있다.

사각은 원과 함께 늘 나타나는 요소이지만 전반적으로 부수적이거나 배경의 역할에 머무는 경향이 있어 원이 없이는 작품의 의미가 생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목할 것은 시간이 갈수록 원이 주가 되는 작업이 지배적이고, 이러한 작업들은 관람자에게 원의 의미를 사유하게 함으로써 감상의 폭과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원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은 200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다. 이 시기 지지체로서 조각난 사각형의 조합과 구성적 요소는 작업에서 사라지고 단일한 정방형의 사각은 그야말로 원의 형상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 혹은 지지체의 역할을 한다.

정현숙은 모더니즘 미술의 주요상징기호인 원이라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상에 작가의 풍성한 손길과 섬세한 감각을 곁들인 장시간의 노동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녀의 원 작업은 단순미, 수공적 디테일, 화려함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관객의 대면성과 몰입을 유도한다.

단일한 배경색의 정방형 캔버스에 심플한 원의 형상이 꽉 차 있는 정현숙의 작업은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상이 달라진다. 커다란 원을 정방형의 캔버스에 배치하는 원에 집중한 구성은 관객을 작품의 정면에 위치시키고 작품에의 몰입을 유도한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성의 단순미와 대조되는 자르고 붙인 조각들의 세부가 눈에 들어오고 정현숙의 공예장인 같은 기질은 관객을 거의 작품에 닿을 듯 가까이 끌어당긴다. 모더니즘 색면추상의 핵심이 단순한 형상과 색채였다면 정현숙은 그 단순한 형상을 자개로 채워 물질이 꽉 찬 느낌 속의 무한한 공간감을 구현한다. 

▲ Before and After, 150×150㎝ Acrylic, crystal and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1

자개 재료를 구매해 밑칠을 하고 1~2mm 단위로 잘라 붙이는 작업에는 상상을 초월한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 자개 재료가 주는 은은한 빛은 작가의 손길이 닿은 시간이 축적되어 수공적 화려함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정현숙의 원 작업은 중심부에서 주변부로 확산해 가는 방사형과 눈속임효과로 부조의 볼룸을 극대화하는 두 가지 시리즈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옵아트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마치 한여름 밤의 불꽃놀이를 보는 듯 방사형은 수직적인 것과 곡선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곡선 적 방사형은 캔버스 표면에서 눈의 여행을 이끄는 시각적 환영(optical illusion)의 세계를 구현한다. 눈속임 효과를 실험한 원 작업은 수평 수직선이 교차하는 그리드 형태의 도안 자체만으로 시각적 입체감을 구현한다.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미니멀 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정현숙 작가,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은 그 도안의 선들을 1~2mm 두께로 잘게 자른 자개 조각을 붙여 완성하고 칸 중앙에 스와로브스키나 크리스털 점을 찍는다.

△글=이필, 홍익대학교 교수, 미술평단 2019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