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둔화됐지만, 시장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6.17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량과 가격이 급상승했던 일부 단지의 경우 호가가 하락하거나 일부 급매물이 나왔다. 반면 강남의 신고가 행진과 더불어 9억원 이하 중저가 매물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여전히 이어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들이 아파트 매매 대신 증여로 돌리며 시세가 조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한편, 거래절벽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서울 북한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새성 기자
거래량 급감했지만, 신고가 경신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이 일시 정지했다. 31일 서울부동산 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148건으로, 지난해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신고기간이 지나지 않아 미신고된 물량도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 6~7월 두달 동안 2만6000건 이상 거래되면서 매물이 소진된 가운데, 보유세와 거래세(취득세,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것이다. 

주택을 사고 팔기가 어려워졌는데 불확실성은 커지면서 매물 잠김이 발행했다. 정부가 유도했던 법인 매물 증가도 서울에선 효과가 적었다. 지난달 법인의 아파트 처분 건수는 총 8272건이지만, 이 중 서울은 1.9%에 불과하다. 때문에 단지의 입지 별로 호가가 하락한 매물이 나오는 한편,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는 등 혼란한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4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인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아르테온' 59㎡(이하 전용면적) 아파트는 지난 3일 12억3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말 최고가인 1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수요가 많은 중소형 84㎡ 아파트도 한달새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계약이 이뤄지는 중이다. 일부 단지들은 급매가 나오면서 하락세를 견인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고 단속이 강화된 송파구 잠실동에선 현재까지 3건의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표 단지로 꼽히는 '리센츠’ 27㎡ 아파트(19층)은 지난달 신고가인 11억5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떨어진 8억9500만원에 11일 거래됐다. 서초구에선 반포자이 84㎡가 지난 18일 24억4000만원(18층)에 손바뀜했다. 

중개업자는 "(그런 물건은) 보통 조건이 떨어지는 급매이고, 보통 1억5000만원 정도 높게 나온다"면서도 "집주인들이 신고가보다 높게 내놓고 있고, 거래가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고 전했다.  

반면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잠실동과 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는 101㎡(8층)가 22억2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세웠다. 삼성동 삼성힐스테이트 109㎡(11층)이 지난 3일 23억7000만원에 거래되면서 '똘똘한 한채' 선호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패닉바잉(공황구매)로 매수세가 이어진 서울 중저가 아파트도 '갭 메우기'가 지속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의 SK북한산시티는 111㎡가 지난 26일 7억4500만원에 거래되면서, 같은 주택유형 기준 최고가를 경신을 이어갔다. 노원구 신동아아파트 101㎡도 최고가보다 1억원 이상 오른 10억7500만원에 지난 1일 거래됐다. 

거래 절벽으로 불확실성 커져...강보합세 장기화 전망

전문가들은 거래절벽이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계와 달리 지역과 입지에 따라 시세 상승에는 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똘똘한 한채' 마련을 위해 인기 지역을 선호하며 가격이 오르고,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에는 대출 여력이 제한된 수요자들의 매수세가 가격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늘어난 세금 부담을 피해기 위한 절세용 거래도 집값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진행된 국토부 실거래 조사 결과 매매가를 낮춰 거래하는 '다운계약' 등으로 증여세나 양도세를 탈루한 사례가 458건 적발된 바 있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증여 건수는 3362건으로 전달보다 2.3배 증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거래 절벽으로 건수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에 통계상의 왜곡이 커지고 있다"면서 "호가를 올려 파는 것도 있지만, 국토부에서 발표한 것처럼 친족관계에 파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부동산 거래 당사자들은 관망세라기보단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 대책이) 부동산을 사지도, 팔지도, 보유하지도 말라고 하는 식이다"며 "부동산의 경우에는 하방 경직성이라는 가격 특성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거래 절벽은 이어지고 강보합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