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지난 주말 확진자 숫자가 다소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온다는 말이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31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주말 확진자 숫자가 간 감소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더불어 국민들이 방역수칙을 지켜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물론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세상을 살 것인가'이라는 질문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의 나라는, 삶은, 도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발령 후 처음맞는 평일. 서울 여의도에서 찾은 키워드는 '아슬아슬한 침묵'이었다.

▲ 한산한 서점가. 사진=최진홍 기자

한산한 거리, 직격탄 맞은 식당
서울 여의도 역을 중심으로 그 일대는 원래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다수의 금융맨을 비롯해 국회 직원 및 행인으로 인해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그러나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만난 평일의 여의도는 말 그대로 한적함 그 자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여파가 컸다. 서울 여의도역 출구에서 빅이슈를 나눠주고 있던 A씨는 "사람들이 절반도 없다"면서 "차들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확 줄었다"고 말했다.

▲ 24시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문. 사진=최진홍 기자

인근 식당가도 한산했다. 서울 여의도 5호선 지하철역 인근 빌딩에 입주한 상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저녁 장사를 사실상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점심 손님도 발길이 거의 끊겼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상인은 이어 "아이가 6살인데 어린이집을 보내지 못해 지금 식당에 데리고 있다. 어차피 손님이 별로 없으니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데리고 있자는 생각"이라면서 "일부 상인들은 차라리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들어가 고통스럽지만 빠르게 사태를 끝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상인은 마지막으로 "손님이 워낙 없으니 오는 손님 하나하나가 너무 반가워 자꾸 서비스를 주게 된다"면서 기자가 주문하지도 않은 탕 요리를 하나 더 내오기도 했다.

다른 식당가 상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고통스러워도, 어쩌면 포화상태인 외식업계가 의외의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말을 해 눈길을 끈다. 그는 "코로나19가 너무 원망스럽다"면서도 "저녁 때 배달 중심으로 영업을 할 경우 '진짜 맛집'만 자연스럽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말을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상인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 스타벅스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 사진=최진홍 기자

불편한 이야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프랜차이즈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허용된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 인근 스타벅스를 찾아가자 내부에는 모든 의자가 테이블 위로 올라가 있었고, 내부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은 없었다.

테이크아웃을 위해 입장하는 손님도 신상정보를 기입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 후 발열 체크까지 해야 했다. 그런 이유로 여러 명의 손님들이 찾아와 한 명이 모두의 주문을 받아 대표로 매장에 방문해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모두 매장에 입장하려면 번거러우니 한 사람만 움직이는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출입과 출구를 따로 바닥에 표시해 손님들이 원만하게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반면 프랜차이즈가 아닌 카페는 손님 입장이 가능했다. 실제로 서울 여의도역 근처의 스타벅스 반대편에 있는 비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오후 늦은 시간까지 내부의 손님들이 많았다. 해당 카페들은 방역수칙을 온전히 지킨다는 방침이지만, 내부 손님들 중 마스크를 여전히 제대로 착용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음료를 마실 때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그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기자가 찾은 비 프랜차이즈 카페 내부에서 손님들은 70% 이상이 여전히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대화했다.

▲ 비 프랜차이즈 카페는 손님을 홀로 맞이하는 영업중이다. 사진=최진홍 기자

흡연자들도 논란이다. 방역당국은 흡연자들의 흡연 행위가 강력한 코로나19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 경고하지만, 서울 여의도에서는 여전히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례가 자주 보였다. 아예 도로의 절반을 마치 흡연구역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왕왕 보였다.

▲ 사진=최진홍 기자

침묵의 도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서울 여의도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방역 사각지대는 여전했고, 시민들의 피로도도 급격하게 상승하는 중이다. 최근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코로나 블루'가 아닌 '코로나 앵그리' 현상도 심해진다는 말이 나온다. 

그 아슬아슬한 분노와 회한, 침묵과 공포의 끝에서 우리의 나라는, 삶은, 도시는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