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장마감 기준 메릴린치 매도량 중 일부. 출처=한국거래소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글로벌 IB(투자은행) 메릴린치가 한국 증시에 매도량을 쏟아내며 하락장을 주도했다. 이에 따른 전반적인 외국인 이탈로 이어지는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개장 상승장을 유지하다가 이내 하락장으로 전환했다. 기관 매수세에 장 초반 강세를 유지했지만, 외국인이 장중 1조1000억원 이상 매도로 털어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63포인트(1.17%) 하락한 2326.17로 장마감했다. 외국인 매도량은 장마감 기준 1조6224억원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 기관 가운데 메릴린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업종부터 삼성생명, KB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주(株)까지 모두 매도했다. 또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주부터 네이버,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언택트주까지 가리지 않고 매도행렬을 이었다.

이 같은 메릴린치의 매도에 대해서 저점 매수한 종목에 대한 차익실현과 패시브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에 따른 이탈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대량 매도하는 메릴린치를 두고 멜치 또는 멸치로 통용되고 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메릴린치의 매도는) 지역쪽 청산 혹은 포트폴리오 조정 가능성이 크다"라며 "외국인이 선물과 현물 모두 매도 했는데, 특정한 섹터에 집중되지 않고 대표 업종 모두를 팔은 것을 미루어보아 롱숏펀드 일부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조정에 따른 영향을 지목했다. MSCI 한국 지수는 31일을 마지막으로 조정된다. 이에 따라 조정하는 물량이 쏟아졌다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실제 내달 1일부터 씨젠·알테오젠·신풍제약 등이 MSCI 한국 지수에 포함된다.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연장 조치에 대한 메릴린치의 대응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메릴린치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 중 위탁자로부터 430개 종목에서 총 6220회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해 시장감시규정 제4조 제3항을 위반해,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로부터 회원 제재금 1억75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28일 금융당국은 3월부터 9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공교롭게도 메릴린치가 전 종목에 대한 매도를 잇고 있다. 공매도는 지난 3월 18일 기준 외국계 금융회사 공시가 전체 93.5%에 달했으며, 메릴린치는 15.5%를 차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차익실현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코로나19 기간 저점에 매수한 외국인들이 코스피 상승장 속에 보유하다가 2차 팬데믹 우려에 차익실현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동학개미로 분류되는 개인투자자들의 상반기 증시 행보와도 일맥상통한다.

키움증권 서상영 팀장은 "어떤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보다는 외국인들이 그동안 매수한 것에 대한 차익실현 영향이 커 보인다"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도 증시가 1% 넘게 하락 중이며, IT·반도체 업종 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서상영 팀장은 "(메릴린치의) 포트폴리오 조정은 비약적이다.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것이 외국인 매도의 가장 큰 이유"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