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름 깊어진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환경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야외 촬영 중심 콘텐츠인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의 촬영이 중단되고 있다. KBS 2TV ‘1박2일’과 tvN의 ‘서울촌놈’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촬영 자체가 취소되면서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상황도 비슷하다.

연예계 관계자들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달까지 잡힌 촬영 전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기왕의 촬영분이 있어서, 당장 방송을 내보내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태 장기화는 문제가 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출연자들의 안전이 중요한 터라, 쉽지 않은 상황.

코로나19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간다. 10명 미만에 머물던 신규 확진자 수는 8월에 들어 급상승했다. 특정 종교 시설, 일부 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 등도 영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6개월째 접어든 방역 상황에 시민들이 지친 것이 가장 큰 이유.

지난 8월 28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이 조만간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 2천 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되면, 프로그램 촬영 재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촬영 재개는 조심스럽게 진행될 것”은 의견을 피력 중이다. “출연진과 제작진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앞으로 상황을 계속 예의 주시하겠다”고 원론적 태도이다.

코로나19 외에도, 유난히 홍수, 태풍이 많은 올해, 보도 프로그램은 재난 방송 중심, 제작 인원이 많이 필요한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은 신규 프로그램 제작 대신 재방송으로 메꾸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시청자까지 몰아낸다.

 

공포감에 휩싸인 영화계

집안에서 텔레비전도 안 보는 상황이니, 집 밖의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이야기는 따로 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수도권에 한해 2.5단계로 격상하자 영화계는 그야말로 참담한 상황에 이르렀다. 관객들이 알아서 관람 자제.

50인 이상 실내 모임을 금지한다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서, 영화진흥위원회는 극장과 배급사에 대규모 시사회 등 행사 자제 요청을 내렸다. 당연히 개봉을 앞뒀던 영화들은 개봉 연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극장들은 과거 상연작을 재상연하는 상황.

한류 확산 분위기를 타고, 2020년 올해는 대자본을 투입했던 영화들이 개봉을 준비 중이었다.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개봉을 준비했던 기대작 ‘승리호’는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 추석 시즌 9월 23일로 개봉일을 잡았다. 하지만 이마저 연기한다고 밝혔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 포럼. 사진=영진위 제공.

같은 형태로 연기를 거듭하던 김대명 주연의 영화 ‘돌멩이’는 결국 9월 30일로 잠정 개봉 일정을 확정했고, ‘국제수사’ 역시 무기한 개봉 연기 결정을 내렸다. 9월 10일 개봉 예정이었던 ‘담보’는 개봉을 포기했고, ‘검객’은 9월 23일로 연기를 늦췄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10월 개봉을 미뤘고,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도 기약 없이 개봉일을 미뤘다. 일단 개봉한 외국영화 ‘테넷’은 관객몰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뮬란’과 ‘뮤턴트’ 등도 개봉을 연기한 상황이다. 영화계는 극심한 불황이다.

 

이 와중에 호황 맞은 두 플랫폼

그런데 텔레비전과 극장영화가 시련을 겪는 이 때, 호황을 맞은 두 플랫폼이 있다. 유튜브와 넥플릭스이다. 이 두 플랫폼은 어느새 우리 국민의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유튜브를 사용하고, 하루 평균 사용시간도 1시간에 이른다.

지난 5월 28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19년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장단점 조사. 결론은 시청의 편리함은 있지만, 이용료와 적지 않은 시간 소비는 부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7세-64세 남녀 3,75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면접 조사 결과, 절반 이상(56%)이 OTT 서비스를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OTT 1위는 ‘유튜브’(91%), 2위 네이버TV(37.8%), 3위 카카오 TV(17.9%), 4위 넷플릭스(14.9%).

주목할 것은 1위 유튜브외에 1년 사이 유료 가입자가 20% 순증한 4위 넷프릭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미국 자본의 콘텐츠 프랫폼과 프로바이더. 특히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분위기는 더 달라질 것이다.

OTT 이용자들은 평일, 주말 모두 평균 1시간 내외 이용했으며, 1주일에 3일 이상 OTT를 시청한다는 비율도 전체 70%에 육박했다. 매일 시청하는 사람도 20% 이상이 넘었고, 절반가량(46.8%)은 휴식 시간에, 26.8%는 잠들기 전에 이용한다고 밝혔다.

 

You Tube Gathered Videos

1979년, 뉴웨이브 음악을 지향한 영국 청년 트레버 혼, 제프 다운스, 부르스 울리 3 사람이 발표한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 세계를 강타한 이 노래는 빌보드 핫100 차트에선 40위에 머물렀지만, 각국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41년 지난 2020년 늦여름. 새로운 제목의 노래가 나와야 할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정신이 없는 세계는 몸으로 느끼는 사회적 변화를 노래로 바꿔부를 겨를이 없다. 그러나 정신차리면, 「You Tube Gathered Videos」라 할 수 있다.

또 떠올릴 사람, 캐나다 문명비평가 먀샬 맥루한. 맥루한은 『메디아의 이해』(1964)에서 독자적 미디어론을 제시했다. ‘미디어는 메시지이다’. ‘모든 미디어는 인간의 심적, 신체적 능력의 확장’이라 말했다. ‘기술 발전이 메시지 전달을 확대한 것’이란 뜻.

코로나19는 비디오로 요약되던 텔레비전 시대의 종말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와 넷프릭스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세계 각국 공중파에서부터 개인 방송까지 다양한 프로바이더들의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세계는 수백개의 위성을 통해서 각국의 방송을 하나로 묶는 방식을 구상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등장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출현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세계 각국의 70억 인구를 시청군으로 하는 거대한 방송시장을 창출했다.

2019년까지, 방송은 ‘널리 알린다’(broadcast)의 시대. 그러나 코로나19는 시청자에게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독려했다. 더 이상 보편적 정보, 교양, 오락을 선택하지 않도록, ‘좁게 알린다’(narrowcast)의 시대로 바꾼 것이다. 광고시장이 바뀔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