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선배분과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지난 봄에 보기로 했다가 심해지는 코로나로 몇 번 연기했다가

어렵게 만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만나기로 했는데 또 코로나가 심해져 다음 기회 얘기하다 그대로 만났지요.

지난 봄에 만날 때는 코로나에 둔감한 젊은 친구들을 피해야 한다고

그들이 안 움직이는 시간대와 장소에서 만나는 조바심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쿨 하게 만났습니다.

우리도 긴 세월 조심에 둔감해진건지, 아님 젊은 친구들의 비밀 얘기.

‘이제 우리가 광화문에 다녀온 어르신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처럼 역전이 되어서일까요?

이러한 얘기들의 설왕설래에 마음이 편치가 않습니다.

이번에 코로나가 심해지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까지 거론되며,

서로 조심하고, 서로에 대해 찜찜해하며 주변을 살피고 이 시기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배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란 말이 생각나며 분위기가

조금은 으스스해졌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귀가해보니,

시골 친구가 선물로 보낸 복숭아가 도착해있었습니다.

새로 지은 시골집에 입주한지 얼마 안 되었고,

또 이런 것을 보내는 과정의 번거로움을 마다하고 보내준 친구에게

고마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계속된 빗속에 집짓고, 입주하느라 정신없었을 상황에

이런 선물까지 챙길 생각했냐며 고맙다 했더니

예쁜 말과 시골 아저씨 같은 푸근한 말이 돌아옵니다.

비가 계속되어 복숭아 당도가 떨어져 있을 테니 참고해서 먹어보라는 얘기.

동생이 하는 과수원에서 자기는 봉사하는데,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너무 잘 간다는 것.

그간 꿈꾸었던 고향에 돌아와, 말발굽 모양의 넉넉한 지세가 깃든 주변을 바라보고, 느끼며

조금씩 시골살이의 맛을 찾는 것 같아 너무 좋다는 것...

가을날 집들이 때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으며,

나름 집들이 선물을 생각했습니다.

어느 책에서 부제로 썼던 말을 전용한 한 문장(文章)을 주면 좋겠다고 말이죠.

‘자연의 기쁨을 삶에 들이는 집’

우리가 서로 밀착해 부딪치는 도시 삶에서 조금은 비켜나서 사는 친구가

9월 같이 조금씩 깊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태가 조금은 잠잠해지며 나도 9월처럼 깊어져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