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연장됐다. 지난 3월 16일부터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간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일몰을 앞두고 6개월 추가돼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대응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대상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시장 전체의 상장 종목을 범위로 넣었다. 다만 공매도 예외 인정 대상으로는 ▲유동성이 낮은 주식·파생상품에 대한 시장조성 ▲상장지수집합기구(ETF) 등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이 결정됐다.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가 당장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속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유입을 막는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국내 증시 영향 미비"

지난 27일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일을 보름 이상 앞두고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했다. 조기에 이 같은 결정을 함으로써 오는 9월 발생할 수 있는 수급 불확실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한 증시를 회복하는데 개인투자자들의 영향이 컸던 만큼,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은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종료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잠재적 불안 요소인 공매도 여부가 내년으로 이연된 셈이다.

▲ 출처=이동엽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에 따라 당장 국내 증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국회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금지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공매도 금지 연장과 관련한 시장 컨센서스는 형성돼 있는 상태다. 이번 연장 결정은 단순히 정책의 연장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가 시장의 센티먼트나 수급 측면에 변화를 야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더 중요한 요소는 코로나19 재확산 강도와 그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차 격상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센티먼트와 수급 역시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여파에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투자 회복세 주춤하나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충격 이후 줄었다가 천천히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면서 다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떨어졌다. 차츰 다시 회복되기 시작하던 찰나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 27일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다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 출처=한국거래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지기 전인 지난 3월 2일 외국인이 보유한 유가증권 시가총액은 약 525조원이다. 그러나 3월 19일 미국 등의 경제 봉쇄에 따른 충격으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보유한 시가총액은 약 383조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회복하더니 지난 6월 10일 약 536조원을 기록하며 3월 초보다도 올랐다. 이어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등락을 거듭하다가 8월 13일 약 590조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8월 20일 다시 약 550조원까지 줄었다. 또 공매도 금지 연장이 결정된 날은 소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안소은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외국인 유입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헷지 수단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아직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았다는 게 안 연구원의 분석이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유입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안 연구원은 지적했다.

해외의 공매도 모습은

해외 주요 증시의 공매도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기준 미국과 일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무려 4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증시의 공매도 비중은 해외 대비 5%안팎으로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동엽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매도 거래 비중은 5% 안팎인 반면, 일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43.9%를 차지했다. 홍콩의 경우도 18.7%의 비중을 나타냈다.

▲ 출처=이동엽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19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공매도 금지 현황을 살펴보면 아시아 4개국과 EU 6개국이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아시아 4개국에는 한국을 포함해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가 해당된다. EU 6개국에는 그리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공매도 금지 현황을 들여다보면 대만의 경우 지난 3월 20일부터 시행한 공매도 금지가 지난 6월 19일 조기 종료됐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지난 3월 2일부터 시행됐으나 종료 시기가 아직 미정이다. 말레이시아는 3월 18일부터 시행했으며, 4월 30일 종료 예정이었으나 6월 말로 1차 연장했고, 이어 연말까지 추가 연장을 한 상황이다.

즉 아시아 4개국 중 대만에서만 공매도를 재개했다.

▲ 출처=이동엽 국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유럽의 경우는 공매도 금지 기간이 길었던 이탈리아를 제외하곤 모두 한 차례 기간을 연장했으며, 6개국 모두 지난 5월 18일 공매도 금지를 일괄 종료했다. 이탈리아의 경우엔 조기 종료한 셈이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다. 바로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일반 거래 촉진 역할 ▲유동성 제고의 토대 등을 이유로 공매도 금지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연장 결정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른다기 보다 지난 코로나19 1차 여파 때 증시를 떠받친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은 성향이 강하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함과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서면으로 개최된 임시금융위원회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에서 개인의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공매도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기회의 불공정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