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회사를 떠나려고 하세요?”
상담을 오는 이들의 대부분은 회사를 옮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위의 질문에 정말 속 시원한 답이 잘 나오는 편이다. 그들의 답에는 하나같이 리더의 무능함이 묻어 있다. 그가 만든 여러 체계와 시스템이 리더 중심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니, 모두가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리더의 무능함을 언급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현재 겪고 있는 난감한 상황 등에 대하여 하소연 하듯 이야기 한다. 단지, 어떤 부분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참다 참다가 못 견딜 것 같아서 이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직의 사유로 열에 아홉은 리더의 무능함 때문이다. 모 잡 포털 등에서 하는 조사에서 나오는 답들도 맞다. 하지만, 그런 것은 표면적 답변이고, 그 모든 것을 만든 것은 ‘리더’ 이다. 그들이 가진 생각과 사고가 조직 여기 저기로 퍼져있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이 구성되어, 이를 짜맞추다 보니,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상태를 온 몸으로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지만, 점차 본질이 보이게 되면서부터 자신이 오랜 기간 동안 속았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또한, 모르거나 모른 척 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 까지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분개하거나,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입게 될 피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옮기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직장을 옮기려는 이들에게 상담할 때 꼭 해주는 이야기가 바로 오늘 칼럼의 주제다.

어쩌면, 내가 입은 피해 중에 가장 크고 오래도록 데미지를 남기는 것은 ‘리더의 무능함’이라고 말이다. 리더가 나에게 보여준 여러 면 중에 무능한 모습만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괴롭히게 된다. 애써 저항하지만, 알게 모르게 그 리더를 따라하는 자신을 나중에 리더가 되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이다.

‘무능함은 전염된다’ 리더로부터 발생된 무능함은 전수 받은 이가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비슷하게 되풀이한다. 여러 조직에서 그렇게 닮은 행동을 많은 이들을 마주치면서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닮고 싶지 않아도, 리더로부터 전이 된 것은 ‘우리 리더는 무능하지 않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나’의 생각에서 출발하여 알게 모르게 리더의 생각과 행동을 모사하려고 했던 수많은 세월에 이미 담겨 있는 것이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누구와 함께 보내고, 가장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이가 누구인지 말이다. 리더를 의식하고, 그 리더의 말과 행동, 심지어 표정까지 살피면서부터 우리는 리더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잠시 동안 리더를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리더의 무능함에 가장 분노한다

믿었던 리더로부터의 배신은 그가 예전에 봤던 유능한 모습을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로부터 신뢰는 무너지고, 무너진 신뢰는 콩깍지를 살짝 벗겨내기 시작한다. 리더가 하는 여러 말과 행동 중에서 뭔가 어색하거나,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관점의 평가를 하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말이다.

조금 능동적이고, 적극성을 띈 직장인이라면 리더를 바꾸고자 노력을 할 것이다. 충언도 해보고, 때로는 살살 달래 보기도 할 것이다. 리더도, 조직도, 그리고 나도 현재 보다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고, 기왕 하는 것 더욱 잘 되면 좋지 않은가라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리더는 그런 노력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답답하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답답한 것은 이에 대해 여러 권고를 한 직장인의 몫이다. 리더가 바뀌어야, 우리 모두가 좋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데, 좀처럼 꿈쩍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결국, 분노한다. 하지만, 분노해도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원칙을 깨기는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속으로 삭힌다. 그리고, 리더에 적응한다. 적응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리더와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특단의 조치라고 해봐야, 리더와 함께 하는 일의 분량 및 수준을 조절하는 정도다. 대부분의 직장생활이 리더와의 분노 조절 롤러코스터를 탄다. 올라갔다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면서 여러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이다.

문제는 리더와의 신뢰가 쌓이고, 깨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리더의 무능함을 흡수하는 것이다. 갑자기 머리가 멍청하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 보다는 리더의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비합리적 사고 등에 젖어 들게 되고, 때로는 멋모르고 리더의 무능함에 동조하면서 스스로 생각이 바뀐 지도 모르게 생각하는 방식 및 방향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게 오래도록 생활하면 나도 모르게 닮는다.

기간,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미 리더의 무능함을 흡수한 상태다. 이를 알아차린 이들은 가장 분노한다. 어느 덧 가장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 말이다.  

조직을 떠나는 이유를 조직으로부터 이미 오래전부터 받아왔다면, 뒤늦게 이를 알아차렸다면, 과연 괜찮을까? 그래서, 이직 사유의 원흉은 대부분 리더다. 그래서, 리더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많은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리더라면,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리더는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팀장도, 대표도 모두 마찬가지다. 조직의 크기에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리더이고, 리더이기 때문에 가장 리더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사람마다 그리고 있는 리더십의 모습은 제각각 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하거나 바라는 ‘보편적 모습’은 있지 않을까 해서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첫째, 리더라면, 나를 위해서 ‘일을 잘’해야 한다.
리더의 일은 조직원들을 굶기지 않는 것이다. 직원이 바라는 것의 가장 낮은 단계(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되도록이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최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쉽게 말해 주어진 위치에 따른 책임을 다하면서, 특히 비즈니스와 연결된 부분을 잊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돈 벌어야’ 한다. 돈을 벌지 않는 직무라면, 돈을 아껴 쓰고, 적절한 가치를 만들기 위한 제대로 된 일하는 방법에 대하여 늘 고민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도 우리가 처한 현실에 맞게 말이다.

둘째, 리더라면, 동료를 위해서 일을 되게 만들어야 한다.
일을 하는 것은 실무자의 몫이고, 리더는 일을 되게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자신의 일은 각자 하는 일의 조합으로 원하는 (유의미한)결과를 내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밥을 굶기지 않는게 아니라,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환경과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일부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기적인 이들이 리더가 되면 조직 전체가 피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먼저 먹고 나머지를 주는게 아니라, 동료들이 모두 먹고 남은 것을 먹는게 리더다.

셋째, 리더라면, 조직을 위해서 자신의 일은 뒤로 미룰 수 있어야 한다.
리더도 사람이다. 개인적인 일도 있고, 일 보다는 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이 벌린 일에 대한 책임까지 남에게 미룰 수는 없다. 따라서, 조직 전체 일(직무)에 대해 전문성을 갖지는 않아도 되지만, 적재적소의 배치를 통해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데 책임이 있다. 그 과정에서 조직의 일과 개인 일 사이에서 늘 갈등할 수 밖에 없다. 그 적당한 균형을 잡는게 핵심이다. 그 균형의 기준은 리더가 가지고 있지만, 구성원에게 기대치가 담겨 있다. 이를 고려하여 조직원의 기대치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금 리더의 위치에 있거나,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면 이를 명심해라. 가장 먼저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리더다. 바로 조직에 대한 생각과 마음을 말한다. ‘내 꺼’이기 때문이 아니다. 조직 모두와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먼저 변해야 하는 것도 리더이다.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리더가 변해야 하고, 리더가 조직의 일하는 방식 및 방법 등을 변하는데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리더가 달라지는 것을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분법적으로 나뉠 뿐이다. 자신의 조직을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테지만, 계속 조직과 비즈니스를 위해 꾸준히 변화하려는 모습이 사라지는 것이다. 점점 자신의 조직으로부터 관심이 멀어지고, 다른 쪽에 관심을 더 두는 모습 같은 것 말이다.

과연 그러한 모습,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리더를 조직원은 신뢰할 수 있을까. 그 무능함 모습을 우리는 문득문득 배우거나 현장에서 깨우치게 된다. 배우지 않도록 경계를 하는데도 잘 안된다. 보통의 우리에게는 생각보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