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허리케인 셧다운' 됐던 멕시코만 일대 석유 시설들이 빠르게 가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국제 유가는 4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원유 공급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됐기 때문이다.
27일(현지 시간)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8%(0.35달러) 내린 43.0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다음 날인 28일 청산되는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0월물은 배럴당 1.2%(0.55달러) 떨어진 45.09달러에 체결됐다.
초대형 허리케인 '로라'에 따른 피해가 예상만큼 크지 않은 점이 이날 유가를 끌어내린 주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로라는 전날인 26일 미국 남서부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보됐으나, 상륙 이후 위력이 약해지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격하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로라는 가장 강력한 수준인 5등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4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돼,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의 멕시코만 인근 지역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앞서 멕시코만에 있는 원유 생산·정제 설비 310개가 허리케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달 25일부터 문을 닫으면서,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156만 배럴 줄어들었다. 미 당국에 따르면 이 지역 원유 생산 84%와 가스 생산 61% 가량이 셧다운 된 상황이다.
멕시코만에는 미국 원유 생산·정제 설비의 45% 가량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원유 수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이 이어졌다. 하지만 해일 등 허리케인 재해가 생각보다 덜해, 현재는 멕시코만 석유 시설들의 재가동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마니시 라지 밸런데라에너지 수석 재무 책임자는 "역사적으로 허리케인은 때때로 광범위한 시설 폐쇄를 촉발하긴 했으나, 생산 회복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곤 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원유 및 정제유 생산은 며칠 안에 회복될 것이며,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다우존스에 따르면 허리케인 상륙 지역의 일부 석유 시설에서 화학 물질 유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장중 한 때 2% 가량 급락했던 WTI는 낙폭을 줄였다.
이날 존 벨 에드워즈 루이지애나주지사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화학 약품으로 인한 화재 소식을 알리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창문을 닫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평균 물가 목표제 도입이 유가에 지지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연준의 물가 목표를 평균 2%의 물가 상승률 달성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이 현행 제로(0)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