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잭슨홀에서 수잔 콜린스 미시간대학 학장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출처=CNBC 방송화면 캡처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2% 평균물가목표제(AIT)' 도입을 공식화했다.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적정 물가상승률을 '2% 고정'에서 '평균 2%'로 바꿔 목표치에 유연성을 높인 것이다. 초저금리 정책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파월 "연준 새 전략 '유연한 물가목표제'"…2% 이상 인플레이션 용인

파월 의장은 27일 각국 중앙은행장들의 연례 회의인 잭슨홀 미팅 기조 연설에서 "연준의 새로운 전략은 '유연한 형태의 평균물가목표제'(Flexible Form of Average Inflation Targeting)"라고 발표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과 동시에 연준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성명을 통해 '2% 평균물가목표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연준위원 17명 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이번 발표는 연준이 2%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공식적으로 용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 평균물가목표제는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초과하더라도 일정 기간 평균치가 2%를 넘지만 않으면 연준이 별도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말한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물가 상승을 원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속적으로 너무 낮은 물가는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제기할 수 있다"며 정책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물가가 과도하게 오른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연준이 다시 나설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연준은 과도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커 반대편에 선 파월, '고용'에 방점 찍다 

이날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연준이 30년만에 정책 무게추를 '물가'에서 '고용'으로 옮긴 '대전환'을 선언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변화는 높은 물가를 피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 온 연준의 30년 관행을 깨는 새로운 전략이라고 보도했다.

CNBC는 역사가 파월 의장과 볼커 시재 전 연준 의장을 인플레이션 협곡에서 각각 반대편에 선 인물들로 평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볼커 전 의장은 1979년~1987년 연준을 이끌며 적극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높은 인플레이션을 사전에 차단해 미국경기가 1980년대 중반 이후 '대 안정기'(Great Moderation)을 맞이하는 데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파월 의장과 연준위원들은 저물가가 장기화한 시대를 타개하기 위해 결국 연준 기조를 전환했다. 연준이 '물가 소방수'에서 '고용 투사'로 변신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번 변화는 강한 노동시장이 특히 중·저소득 계층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연준은 강한 고용시장을 촉진하는 데 매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금리 시대 장기화 위한 토대 마련"…주식시장 '환호'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이번 발표가 현재 10% 수준인 실업률이 대폭 낮아질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긴축정책 펼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장기간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연준이 저금리 시대를 장기화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파월 의장의 발표 이후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파월 의장 연설 직전 0.658% 수준이던 미 국채금리는 연설 직후 0.710%까지 급등했다.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국채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파월 의장 발표 직후 달러화는 하락하다가 다시 상승 전환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오전 10시35분(미 동부 시각) 기준 0.12% 오른 93.11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4포인트(0.79%) 오른 28556.29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0.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