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최동훈 기자]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측이 “경영권 향배에 있어 누구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닌,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한국타이어의 미래를 두고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출처=한국테크놀로지그룹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차남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본인의 전체 지분을 몰아주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해 성년후견심판절차를 청구해 큰 파장이 벌어진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조현범 사장이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전격 구속됐을 당시 그룹의 경영과 관련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양래 회장이 올해 3월 풀려난 조 사장에게 6월 본인 지분을 몰아주자 조 이사장은 즉각 성년후견심판절차를 신청하며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조양래 회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절절한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현재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 밝히며 정국은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이 제기한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아버지 조양래 회장과 차남인 조현범 사장, 그리고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및 조희원씨의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전문 경영인 체제도 가능...발상 전환?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의 변곡점은 지난해 조 사장 구속 직후 열린 회의, 올해 조양래 회장의 조 사장에 대한 지분 몰아주기,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심판절차 제기 및 조 부회장의 절차 참여 선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조희경 이사장 측은 ‘그 누구의 편을 들고있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일각에서 조희경 이사장이 조현식 부회장과 손을 잡고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조양래 회장과 대척점에 선 것으로 보지만, 사실 조 이사장은 그 누구에게도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 지난해 조현범 사장 구속 직후 열린 회의에서 조희경 이사장은 그룹의 경영을 논의하며 조현범 사장 및 조현식 부회장 체제 모두 거론하는 한편 전문 경영인 도입까지 고려했다는 말이 나온다.

성년후견심판절차을 청구한 배경을 두고는 ‘아버지 조양래 회장 본연의 뜻과 전혀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조희경 이사장 측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경영 말년에 이르러 사회공헌재단을 키울 생각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조희경 이사장 측은 “조양래 회장은 말년엔 빌게이츠 같은 자선사업가로 거듭나려고 했었다”면서 “그 동안 장녀를 통해 한국타이어나눔재단과 ‘함께걷는아이들’ 설립과 지원으로 본인의 뜻을 현실화 시키려고 했던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 지분이 형제들 중 가장 낮은 이유도 본인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상속받는 것보다 아버지(조양래 회장) 사회공헌에 동참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조양래 회장이 6월 조현범 사장에게 돌연 본인의 지분을 몰아주자, 조희경 이사장은 평소 조양래 회장의 지론과 다른 일이 벌어졌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조 이사장 측이 말하는 성년후견심판절차 청구의 배경이다.

조 부회장이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하면서 조 이사장과 조 부회장의 공동전선이 구축되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조 이사장 측은 “조 부회장이 성년후견심판절차에 참여한다고 했지만, 조 이사장은 그 누구의 편을 드는 것도 아니다”면서 “말년에 재단을 통한 사회공헌을 누차 약속했던 조양래 회장이 돌연 별다른 논의도 없이 조 사장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 자체에 대한 최소한의 문제제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업무시간이 지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