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정부가 내년 연말까지 면세점 임대료를 '고정임대료'에서 '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면세점들은 매달 수백억원씩 부담했던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됐다.

27일 국토교통부는 제15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면세점 및 항공업계 지원 방안을 밝혔다. 주요 내용으로는 입점 면세점의 임대료 감면·납부유예 조치를 연장하고, 임대료를 품목별 영업용율로 적용하는 안이 담겼다.

핵심 내용은 오는 2021년까지 면세점의 임대료를 ‘고정임대료’에서 ‘품목별 영업요율’로 변경하는 것이다.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면세점 등 입점·입점 예정 사업자들이 사실상 임대료 ‘전액 감면’ 혜택을 받게 됐다.

이 조치는 공항면세점 여객 수가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회복되는 시점까지 지속된다.

▲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면세점 업계, 일제히 환영…“고정비 부담 크게 덜었다”

이번 조치로 롯데, 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면세점업계들은 적지 않은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면세점을 비롯해 지방공항(김포, 김해) 면세점의 임대료 부담을 덜게 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에서만 매월 97억원, 지방공항에서 3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해 왔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의 남은 계약기간 동안 365억원의 월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이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신라면세점과 현대백화점 면세점 역시 앞으로 매출과 연동된 임대료만 지급하면 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 조치만으로 영업적자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면세점 업계 실적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면세점 '빅3'는 23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735억원의 적자를 냈고, 업계 2위 신라면세점도 96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면세점 적자는 694억원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전과 다르게 전향적인 지원책을 제시한 점에 감사한다"라며 "큰 부담을 덜었지만 여객수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이전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분기에만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이고, 코로나19 2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업계를 지원하는 다른 대책이 없는 것이 아쉽다"라고 전했다.

▲ 한산한 면세점.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인천공항 T1 재입찰 청신호

이번 정부 조치가 결정되면서 면세업계는 오는 9월14일 마감 예정인 인천국제공항 T1면세점 사업권 입찰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는 코로나19 2차 유행, 그리고 백신 개발 후에도 팬데믹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인천국제공항 T1면세점 사업권 재입찰 여부를 고심해 왔다. 관광객 수 회복, 적자 감수 시기를 잘못 예측할 경우 큰 손해를 안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는 사업자 선정 재입찰 공고에서 최저 입찰 가격 30% 인하, 매출연동 임대료, 10년간 사업권 유지 등의 카드를 꺼냈지만 선 듯 나선 업체는 없었다. 재입찰 대상인 T1 사업구역 10곳 중 6곳(DF2, DF3, DF4, DF6, DF9, DF10)에서 공실 우려가 나온 이유다.

다만 이번 조치로 적자 감수 시기를 예상할 수 있게 되며서 업계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인천공항공사가 전례 없는 조건을 제시했고, 이에 입찰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라며 "사실상 임대료 전액 감면 정책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번 재입찰 사업의 흥행도 예상해 볼 수 있게 됐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