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옥.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대법원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노사 단체협약 조항 가운데 근무 중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내용을 유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산재 사망자 A씨의 유족 등이 현대차·기아차 양사를 제소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 대해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앞서 현대차·기아차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가운데 화학물질인 벤젠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A씨 유족들은 현대차·기아차의 노사 단체협약 조항을 근거로 들며 사측에 A씨의 자녀를 채용하도록 요구했다. 현대차·기아차 단체협약에 따르면 노동조합원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할 경우 6개월 이내 직계 가족 1명을 채용해야 한다. 사측은 A씨 유족의 채용 요구를 거부했다.

이번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사측에게 위자료 2300만원을 A씨 유족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다만 자녀 채용 건은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해당 단체협약 조항을 무효한 것으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액수의 위자료를 사측에 지급하도록 명령했지만 자녀 채용 조항은 민법 103조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됨에 따라 무효한 것으로 봤다. 자녀 채용이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이뤄질 경우 채용에 대한 사용자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 대물림 현상이 발생하는 등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이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뒤 공개변론, 심리 등 절차를 진행한 결과 현대차·기아차의 자녀 채용 단체협약이 유효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을 채용하는 것이 사용차의 채용 자유를 과하게 제한하거나 채용기회 공정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또 자녀 채용이, 산재로 사망한 직원에 대한 추가적 보상으로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자녀 채용이 이뤄짐으로써 사회적 약자인 유족들이 가족 사망에 따른 생계난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도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