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정부가 구글 코리아 및 애플 코리아,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등을 연이어 조준해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의 약탈적 국내 영업에 제동을 거는 한편 단기적 측면으로는 공정경쟁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강력한 압박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30% 인앱결제(In-App Payment) 수수료 전면 확대를 예고하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6일 이와 관련된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인앱결제 수수료가 더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나, 국내 대부분의 개발 사업자들이 안드로이드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이 애플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애플은 2011년부터 앱 내 구매 기능이 있는 모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인앱결제 모듈만을 강제해왔으며, 최근 구글도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IAP 모듈과 수수료율을 모든 콘텐츠 서비스 앱에 적용하는 방침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중심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이 먼저 문제제기에 나섰다. 코스포는 “인앱결제 방식은 이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수수료가 30% 수준으로 높아 PG사가 제공하는 신용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결제 등 외부 결제방식에 비해 적게는 4배, 많게는 30배가량 비싸다”면서 “수수료율은 지나치게 높아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시장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 비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는 “이 문제는 중소규모의 모바일 서비스 제공자와 국내 스타트업에 훨씬 더 치명적이다. 스타트업은 협상력이 있는 큰 기업과 달리 앱 마켓의 정책 변경에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이며, 이는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의 저하로 연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기업협회도 나섰다. 인기협은 구글 코리아가 회원사임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비판을 통해 아예 정부의 액션플랜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당장 24일 최근 구글의 인앱결제 확대방침에 우려를 표시하며, 국내 앱 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하고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앱 이용자의 이익저해를 방지하고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구글 미국 본사와 구글코리아 유한회사(이하 구글)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기협은 “이번 구글의 정책변경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에 위반됨이 명백하고, 이러한 구글의 행위가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인터넷산업 전반에 악역향을 끼칠 우려가 있어 방통위에 위반행위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그에 상응하는 행정처분을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신고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고내용은 ▲ 다른 전기통신서비스의 선택 또는 이용을 방해하는지 여부, ▲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지 여부, ▲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에 관한 중요사항을 변경하거나 이용계약을 해지하는지 여부, ▲ 과금·수납대행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부당 설정·변경을 통해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제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인기협의 문제제기까지 나오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움직였다. 과기정통부는 모바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앱 마켓의 수수료 방침 변화로 인해 감소하게 될 매출액과 이용자 대상으로 한 가격 인상 등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한 부분까지 전반적인 의견 수렴할 예정이다. 온라인 플랫폼 정책 포럼 구성에도 나서 각 계의 의견수렴을 마친 후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든다.

한편 애플도 정부의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지독한 갑질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협의 끝에 잠정 동의의결안(자진시정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애플 코리아는 통신사와 공동으로 광고기금을 만들어 이를 자사 제품에 활용했으며 광고의 방향성은 철저히 애플의 입 맛에 맞에 꾸리는 등 초유의 갑질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통사로부터 마음껏 보조금을 가져와 아이폰 판매확대를 위해 이통사에 보조금을 강제했으며, 최소보조금도 강제하는 만행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OTT 넷플릭스도 국세청의 타깃으로 들어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자회사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사무실을 찾아 관련 자료를 확보하며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애플은 물론 구글 코리아도 벗어나기 어려운 조세회피 논란에 넷플릭스도 얽힌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국내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업장이 국내에 없다는 이유로 법인세를 내지 않는 등, 넷플릭스가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혐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요기요 및 배달통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통상적인 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국내 진출 후 처음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를 대상으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 애플 스토어. 출처=이코노믹리뷰DB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최근 정부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최소한의 균형 맞추기라는 분석이 나오는 한편,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국회 디지털경제 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글로벌 대기업과는 개발 인력 및 자금 규모가 20~30배 차이 난다”면서 “법 적용이 글로벌 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도 현장에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규제에 노출되는 정도, 규제를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 등이 동일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소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자는 뜻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옥석 가리기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구글 코리아처럼 모든 현안에 있어 ‘글로벌 본사의 방침에 따랐을 뿐’이라 일관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곳과, 조세문제에 임하며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려는 페이스북 코리아 등은 다르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넷플릭스도 망 이용료에 있어 SK브로드밴드 등과 법적인 공방을 펼치고 있으나 무조건 ‘모르쇠’가 아닌, 협의를 위한 최소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으며 최악의 갑질로 악명이 높은 애플 코리아도 1000억원의 기금을 투입해 일정정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행보에 따라 정부 및 규제기관도 상이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지나친 국수주의, 폐쇄주의를 걷어내고 공정한 경쟁에 따른 상생을 추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이천일 ICT데이터연구소 부원장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횡포에는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면서도 “각 기업의 정책적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서 나름의 협상전략을 통한 논리적 접근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략적 판단도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세를 두고 각 국이 상대방 나라에 대한 압박, 나아가 회유에 나서는 가운데 디지털 기업과 일반 기업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변화를 냉정하게 따지는 치밀한 고차 방정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부원장은 “국내에 들어온 미국 기업을 향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디지털 세 부과 등 제재를 가한다면, 당장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 “이미 미국과 유럽의 디지털 세 논란이 통상분쟁으로 번지는 등 우려가 현실이 된 가운데, 정부는 차분한 정책적 행보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