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금호산업(002990)·아시아나항공(020560) 등에 총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한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등을 매개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해 특수 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인수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금호고속을 금호아시아나 계열사가 지원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총 320억원을 부과하고, 박삼구 전 회장과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인 박홍석·윤병철씨,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금호아시아나 계열사의 금호고속 지원이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특수 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금호고속은 박삼구 전 회장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던 회사다. 박삼구 전 회장을 포함한 특수 관계인 지분율이 50.9%에 이른다.

사별 과징금을 보면 금호산업(교사자) 148억9100만원, 금호고속(지원 객체) 85억900만원, 아시아나항공 81억8100만원, 금호산업 3억1600만원, 아시아나IDT 3700만원, 아시아나에어포트 2600만원, 아시아나개발 1700만원, 금호리조트 1000만원, 에어부산 900만원, 아시아나세이버 800만원, 에어서울(이상 지원 주체) 600만원이다.

박삼구 전 회장은 금호산업·금호고속·아시아나항공의 대표이사이자 금호고속의 최대 주주로 직접 또는 그룹 전략경영실을 통해 법 위반 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다. 박홍석·윤병철씨는 일부 법 위반 행위를 주도하거나 실행을 지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인한 유동성 위기, 2010년 금호산업·금호타이어 워크아웃(기업 재무 구조 개선 작업),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자율 협약 개시 등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의 관리 아래에 놓였다.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의 장악력이 약해지자 금호고속(당시 금호기업)을 세우고 계열사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금호고속의 재무 상태가 열악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그룹 컨트롤 타워인 전략경영실을 통해 해외 기내식 업체와 계열사 등을 활용한 자금 조달 방안을 기획해 실행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거래와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의 결합을 통해서다. 기내식 공급 업체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독점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대가로 금호고속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이 구조를 받아들인 스위스 게이트그룹은 0% 금리 등 금호고속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BW를 인수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부속 계약·부속 합의가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이런 기내식·BW 일괄 거래를 진행했다. 게이트그룹과 관련 조건을 협상하며 배임 등 법률 위험을 이유로 본계약에서는 이를 제외했고, 은밀한 부속 계약 형태로 BW 계약이 불성립·해지 시 기내식 계약도 해지된다는 결부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런 일괄 거래의 본질은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거래를 통해 금호고속 BW 발행을 사실상 보증·담보한 것”이라며 “기내식·BW 일괄 거래가 아니었다면 금호고속에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된 BW가 인수될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를 통해 금호고속은 총 162억원에 이르는 경제상 이익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 계열사 9곳은 금호고속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전략경영실 지시로 45회에 걸쳐 총 1306억원을 담보 없이 1.5~4.5%의 낮은 금리로 신용 대여했다. 이 중에는 비계열 중소 협력 업체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이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한 자금을 그대로 대여한 몫도 포함돼 있다.

이 행위로 금호고속은 총 7억2000만원 상당의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또 부채비율이 2016년 520%에서 2017년 251%로 낮아졌고, 같은 기간 기말 현금·현금성 자산은 39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재무 상태도 좋아졌다.

공정위는 “이런 법 위반 행위 결과 금호고속에는 금리 차익에 해당하는 169억원가량의 부당한 이익이 발생했고, 특수 관계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이익 최소 77억원과 결산 배당금 2억5000만원 등이 총수 일가에게 직접 귀속됐다”면서 “또한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이 핵심 계열사를 인수해 2세로의 경영권 승계 토대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