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제는 글로벌 콘텐츠 업계의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웹툰(Webtoon)’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든 곳은 놀랍게도 우리나라다. 장르와 소재의 다양성, 빠른 확산,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의 활용 가능성 등 콘텐츠가 가지고 있어야 할 거의 모든 강점들을 보유하고 있는 웹툰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웹툰은 다양한 영상 콘텐츠의 원작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화·영화화를 통해 우리 웹툰의 가치를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건 곳이 있다. 

국내 최초의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영상 콘텐츠 자회사 ‘레진스튜디오’다. 한국의 ‘마블 스튜디오’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워 최근 수많은 작품 제작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레진스튜디오 변승민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서면 질의응답으로 진행됐습니다.)        

▲ 출처= 레진스튜디오

본인과 회사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영화인의 꿈을 가지고 오랜 기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 투자배급사 NEW, 그리고 워너브라더스 코리아에서 영화 부문 투자 담당자로 있으면서 영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현업을 경험했다. 이때의 경험들을 토대로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 가치를 찾는 일에 몰두하고자 많은 고민을 했다. 마침 자사가 보유한 수많은 웹툰 IP(지적재산권)들의 가치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와 뜻을 함께 할 수 있었고 2018년 레진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레진스튜디오는 수많은 IP들을 활용해 영화, 드라마 그리고 OTT(Over The Top·온라인 영상 서비스) 전용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투자 제작사다. 

오랜 기간 동안 영화 콘텐츠 업계에서 일한 이력이 있다. 어떤 계기(작품 혹은 경험)로 콘텐츠에 매료되셨는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생각들은 곧 그들만의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스토리들을 시각화를 통해 더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아마 이러한 취향 때문에 더 ‘영화’라는 콘텐츠에 매료됐던 것 같다. 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연령대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극장에서 상영되는 거의 모든 영화를 관람하는, 요즘 말로 하면 ‘영화 덕질’을 하곤 했다. 

 ▲ 레진스튜디오 변승민 대표이사. 출처= 레진스튜디오 

오랜 기간 지속한 덕질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콘텐츠에 대한 열정이 작용했는지 끝끝내는 영화 업계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대개는 좋아하는 것이 일(직업)이 되는 경우 현장의 냉혹한 현실에 상처를 받거나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영화계 현업에서 느낄 수 있는 한계들을 마주한 적은 있지만 상처를 받거나 실망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오래 일하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생기는 걸 보면서 향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IP들의 가치를 확장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꼭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레진스튜디오의 주요 콘텐츠들를 소개한다면.  

레진스튜디오에서 제작해 지난 2월 tvN을 통해 방영된 드라마 <방법>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이후 지난 5월 개봉한 <초미의 관심사>의 제작을 통해 저예산 장편 영화의 시장성도 확인했다. 

▲ 레진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 <초미의 관심사>. 출처= 레진스튜디오

9월에는 콘텐츠 기업 카카오M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제작한 오리지널 디지털 드라마 <아만자>가 론칭될 예정이다. 영화로는 <소울메이트>를 촬영중이다. 그 외 드라마 <방법>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 <방법: 재차의>, <부산행>과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영화 <차이나타운> 한준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곧 촬영에 들어간다.

영상화 웹툰 원작의 선정 기준과 웹툰 영상화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원작 작가의 독특한 시선, 그리고 이를 각색하는 영화나 드라마 감독의 해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원작 웹툰에 대한 대중의 선호도와 인지도 역시 중요하지만 전자가 우선이다. 원작 웹툰이 인기가 많다고 해서 영상화가 무조건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레진스튜디오는 원작 웹툰을 자신만의 비전과 독특한 시각으로 구현할 창작자(감독)를 찾아냈을 때 영상의 제작을 결정한다. 비유를 하자면, 비싸고 진귀한 식재료(원작)를 썼다고 해서 무조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평범한 식재료로도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요리사의 역량이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웹툰의 영상화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작과 창작자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물론 영상화 제작 과정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역시 모든 과정을 돌아볼 때 가장 고민이 많은 시기는 작품을 선정하는 단계다.      

▲ 레진스튜디오는 레진코믹스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출처= 레진스튜디오

우리 웹툰과 영화는 어떻게 해야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콘텐츠’라는 말은 현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통의 채널이 다양해진 오늘날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영화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유통된다. 즉, 우리나라의 콘텐츠들은 이미 글로벌의 반열에 올라 있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글로벌'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산업 논리로 볼 때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 수 있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우리나라 콘텐츠 업계에는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성공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작품 규모에 따라 이 콘텐츠가 주력해야 할 ‘타깃 시장’을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의 많은 콘텐츠 기업들이 하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콘텐츠의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알려졌는데, 다음 작품을 제작할 정도의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면 이 업계의 선순환은 지속이 어렵다고 본다.   

레진스튜디오는 드라마와 영화의 수익 구조를 혼합해 안정성을 보강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고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는 아이템을 고정 라인업으로 배치하고 있다. OTT 플랫폼이 확대되는 시장 안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콘텐츠 공개의 시기를 떠나 어느 시기에 꺼내 보아도, 신작들과 경쟁해도 대중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유행에 쫓아가지 않는 작품들을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레진스튜디오 변승민 대표이사. 출처= 레진스튜디오 

레진스튜디오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작년 말에 큰 수술을 받고 병상에 있었다. 통증이 심해 책을 읽기도 힘들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몇 주 동안 병상에 누워 우리나라의 드라마, 예능, 영화들을 보면서 다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새삼 “우리나라에는 참 좋은 콘텐츠들이 많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는 콘텐츠들을 만들어내는 제작사가 되는 것이 레진스튜디오의 단기적 목표다.   

궁극적인 목표는 레진스튜디오가 '콘텐츠 왕국' 디즈니와 같은 곳으로 성장해 국내 콘텐츠 업계의 선순환 구조를 이끄는 업체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큰 목표의 달성을 위해 우리는 레진스튜디오를 기발한 IP들이 넘쳐흐르는 곳, 우리나라의 수많은 천재 창작자들이 놀이터처럼 여기는 곳 그리고 우리나라 웹툰의 가치를 수 천배, 아니 수 만배 이상으로 키워내는 곳으로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