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fore and after, 130×162㎝ Mixed Media, 2001

2000년부터 정현숙의 작품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경향으로 나아간다. 먼저 금분, 은분, 동분, 등 단일한 색을 바탕색으로 하여 화면 전체를 채색하고 거기에 바탕색과 동일한 색으로 ‘원형(圓形)’을 반복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 원형을 이루고 있는 초기 작품에서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라 묽은 안료를 화면 위에 떨어트리면 화면을 이루는 천의 올 사이에 침투하는데 이때 번지면서 생겨난 얼룩의 형태였다.

이는 안료를 떨어뜨려서 생겨나는 얼룩의 우연성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다가 점차 지판(紙版)이나 공판(空版)법을 이용하여 뚜렷한 원형의 형태를 만들었던 것이다. 여기서 원형은 뚜렷하게 나타났다가 형태가 보일 듯 말듯하게 흐린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겹치기도하며, 층을 이루기도 하면 다양한 변화를 보인다.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 별들과 같이 여기 저기 조화롭게 배치되기도 하고, 생물의 세포 증식과 같이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다시 넷이 되는 원형의 증식 모습으로 보여 지기도 한다. 그러한 가운데 결국 화면을 이루는 근원적 형태로 자리 잡는다.

▲ before and after, 120×61㎝ Oil on canvas, 2001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형태로서 원형이 제시되고, 화면을 이루는 근원으로서 형태가 원형이 되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동일과 단일의 화면’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이때의 화면은 대개 금색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화면은 온통 금색으로 깔려 금빛이 발현해 내는 화려함과 무거움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서 원형도 금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배경을 이루는 바탕 금색과는 다른 채도와 명도의 금색으로 채색되어 두렷하게 보여 지는 원형이 있는가 하면 바탕 금색과 비슷한 채도와 명도의 색채로 되어 잘 보이지 않는 원형도 있다. 잘 보여지지 않는 원형은 사라져 가는 것 과 같다. 원형은 사라지기도 하고 생성하기도 하는 반복을 되풀이 한다.

마치 윤회의 과정을 되풀이 하는 듯 화면에서는 서서히 사라져 가는 원형과 확연히 드러나는 원형들이 서로의 생멸을 알고 있기나 하듯이 비켜가고 때로는 합치거나 층을 이루면서 새로운 운동을 나타낸다. 즉 생명의 조화 운동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원형'은 세계를 이루고 있는 근원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형태를 압축하여 기본적인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이와 같은 근원적인 형태를 조형예술에서 찾는다면 미니멀적 의미를 띠고 있다.

즉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미니멀 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정현숙 작가,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미술 작품을 이루고 있는 최소단위는 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원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글=오세권 미술평론가, 미술평단 2005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