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최근 다양한 스마트폰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MC사업본부의 적자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나름의 활로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끈질긴 활로 모색이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그 연장선에서 지나친 조급함이 감지된다는 말도 나옵니다.

LG Q92가 대표적입니다.

 

26일 이통 3사와 자급제 채널을 통해 출시되는 LGQ92는 Q 시리즈 최초의 5G 스마트폰입니다. 스냅드래곤 765G가 탑재됐으며 RAM과 ROM(저장공간)은 각각 6GB, 128GB를 지원하며 전면에 3200만 화소 고화질 카메라, 후면에 일반 4800만, 광각 800만, 심도 500만, 접사 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6.67형 대화면 펀치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美 국방부 군사표준규격인 ‘밀리터리 스펙’까지 통과했습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스펙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40만원대 중반으로 잡아 업계의 관심은 더욱 뜨겁습니다.

다만 LG Q92에 대한 찬사를 약간 비틀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LG전자는 지난 5월 매스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로 LG 벨벳을 출시한 바 있습니다. 완전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라이벌들과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을 개척한다는 의지로 LG 벨벳을 들고 나온 셈입니다. 89만9000원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출고가는 많은 우려를 자아냈지만, LG전자는 “여전히 LG전자를 찾는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LG전자는 LG 벨벳이 출시된 후 고작 3개월만에, LG 벨벳보다 가격은 훨씬 낮으면서 두뇌인 모바일 AP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LG Q92를 출시했습니다? 그러니까 LG전자는 지난 5월 LG 벨벳을 ‘많이 사랑해주십시오’라고 말하며 89만9000원의 출고가와 스냅드래곤 765를 내세웠고, 고작 3개월이 흐른 후 절반 정도의 가격에 스냅드래곤 765G를 지원하는 5G 스마트폰 LG Q92를 출시한 셈입니다.

▲ LG Q92. 출처=LG전자

LG Q92가 중저가 스마트폰이며 모바일 AP를 제외하고는 LG 벨벳에 성능적으로는 다소 떨어진다지만, 89만9000원을 내고 LG 벨벳을 구매한 고객이 3개월 후 5G가 가능한, 스냅드래곤 765G를 탑재한 LG Q92를 LG 벨벳 대비 ‘무려 반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심지어 LG Q92 소식을 알리는 대부분의 언론들은 “LG 벨벳보다 세다!”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LG전자 내부의 상황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LG전자가 LG 벨벳 출시 후 고작 3개월 만에 반값으로 프리미엄 수준의 기능을 보여주는 LG Q92를 출시한 이유를 두고 ‘가격’적 측면의 고민이 컸다는 말이 나옵니다. LG 벨벳은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잘 개척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LG Q92에서 가격 할인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는 말이 나옵니다.

문제는 그 고민이 너무 강렬했는지, 그 대안이 너무 빠르게 나왔다는 겁니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만 문제가 있었을 당시 제품을 구매했던 고객에 대한 약간의 유연함이 있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여담이지만, LG Q92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26일 LG전자의 하반기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LG 윙'(코드명)의 모습이 담긴 실물 영상이 유출됐습니다. 운전자가 LG윙을 자동차 거치대에 부착하고 수직 화면에는 내비게이션을, 서브 가로 화면에는 음악을 듣는 장면이 보입니다.

▲ LG 윙 유출 이미지. 출처=갈무리

‘사용성이든 뭐든 다 필요없고, 다른 제조사가 이미 하고있는 폴더블 스마트폰만 의식적으로 제외한 상태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하드웨어 폼팩터를 다 시도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기우겠지요. 다만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 LG전자는 윙의 시대를 맞이하며 너무 성급한 조급함은 털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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