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상반기 유가폭락에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주(株)가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을 취하고 나섰다. 특히 정유주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업종별로 주가가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수요 부진 전망으로 주가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추가적인 국제 유가상승 가능성이 낮지만, 2차전지 사업·투자 프로젝트 등이 주가 재평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증시, 6월 이후 순환매… 정유주만 ‘주춤’

지난 6월 이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피 등 국내 증시는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으로 헬스케어·비대면(언택드)으로의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전까지는 자동차·여행주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도 상승할 정도로 순환매 장세가 뚜렷했다. 다만 에너지 섹터, 그중에서도 정유주는 외면받았다.

8월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2.59포인트(0.11%)상승하며 8월 21일 이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날 에쓰오일(S-Oil)의 주가는 전날 대비 1100원(-1.84%)하락한 5만8600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바닥을 기록할 당시 보였던 5만원 초반 수준의 주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6월 4일 장중에 7만94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GS칼텍스가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GS의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전 거래일과 같은 3만3200원을 나타냈다. 역시 코로나19로 증시 변동성이 확돼된 지난 3월 하순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3월에 52주 최저점(3만2200원)을 기록하고 6월 초 4만1950원까지 반등하는데 성공했으나 이후 두 달 넘게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다른 정유주들과 달리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이며 전날 대비 500원(0.31%) 오른 16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10일에는 52주 최고가인 19만7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2차전지 부문에 대한 기대감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업계의 침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를 포함한 국내 정유 4사 중 올 2분기 적자를 면한 건 현대오일뱅크 하나뿐이다. 그러나 13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현대오일뱅크조차 정유 부분에서는 186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지난 4월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계속 회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수요 자체가 줄어든 만큼, 정유주가 단기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은 “지난주 WTI의 평균가는 배럴당 42.8달러로 소폭 상승했으나, 수요 부진 우려와 리비아 원유 수출 재개 발표 등 영향 등이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라며 “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로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경유 정제마진도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신(新) 사업 발굴에 사활… 2차전지·대규모 투자

이에 정유업계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LG화학과 국내외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도 전기차 관련 배터리 사업을 포함해, 소재 관련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상장 계획도 주가 상승 추진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SKIET는 전기차용 이차전지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등 관련 사업에서 선두주자로 꼽힌다.

▲ 올해 하반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S-OIL이 울산에 건설 중인 잔사유 고도화 시설. 제공=S-Oil

에쓰오일은 지난 8월 22일 5조원 규모 석유화학 크래커 건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 건설을 통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생산을 증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에쓰오일이 이번 투자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경쟁력 제고,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글로벌 경영 컨설팅 그룹 맥킨지와 함께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GS칼텍스는 맥킨지와의 협업을 통해 현재 생산본부의 가동 현황을 분석하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과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종합 에너지 그룹으로의 변신’을 목표로 비(非) 정유 부문 규모를 정유 못잖게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2020년 상반기 기준 GS칼텍스의 정유사업 매출 비중은 76.7% 수준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주목해야 한다”라며 “유가상승이 제한된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 성공 여부가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