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규제의 반사이익을 누리던 경매시장이 하반기 들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응찰자 수 감소에도 여전히 수도권과 서울 일대의 아파트 경매에는 꾸준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진 경매시장이지만 2030세대의 시장 참여도 활발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서 코로나 충격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하반기, 갭투자발(發) 매물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경매 조정세에도 서울은 ‘똑똑한 한 채’ 수요 꾸준

올해 상반기 응찰자 수가 급증하던 아파트 경매시장의 수요는 하반기 들어 다소 누그러든 모양새다. 법원 경매 전문 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7월 전국 법원 경매 건별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 대비 0.9명 감소한 3.4명을 나타냈다. 지난해 1월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셈이다.

세제와 대출 등 매매시장을 겨냥한 규제가 경매시장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수석연구원은 “전국 뿐만 아니라 수도권 주거시설 기준으로도 입찰자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지난 5월에 비해 평균 응찰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계절적 요인과 부동산 보유에 대한 규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경우 응찰자 수 감소에도 낙찰가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6월과 7월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각각 105.8%와 106.8%를 기록한 데 이어, 이 달에는 109%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주거시설 기준으로도 서울은 90% 중반대의 낙찰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오명원 연구원은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경매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례로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대의 낙찰가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상승가치가 높은 지역의 경우, 역세권 입지나 단순한 권리 관계 등 개별 물건의 상태가 양호하다면, 여전히 훨씬 높은 낙찰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매로 아파트 ‘줍줍’나선 20·30

경매시장에 참여하는 20·30세대 증가로 경매 일선 현장의 분위기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오 연구원은 “여전히 경매시장의 주류는 고연령층이지만, 요즘 입찰이 진행되는 법원을 가보면 부모님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입찰장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대 중반대를 중심으로 경매장을 찾는 빈도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오 연구원의 지적이다.

‘패닉 바잉’을 주도했던 세대답게, 30대가 노리는 경매 물건의 절대 다수는 아파트다. 오 연구원은 “상가의 경우 권리관계가 상당히 복잡한 경우가 많다. 중급 이상의 경매 지식은 필요하다"면서 "경험이 적고 자금력이 약한 30대들은 아파트로 경매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파트 역시 경제적으로 진입장벽은 있지만 입찰 관련 지식이나 시세 파악, 권리관계 확인 등에에서 상업·업무시설보다 용이하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에서 30대가 주목할 만한 물건으로 오 연구원은 서울 외곽과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를 추천했다. 그는 “진입장벽이 낮다는 장점 외에 자금 면에서 메리트가 있는 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입주 10년 이내 아파트의 경우 1~2억원이면 낙찰이 가능한 물건도 상당히 많다. 이후 자금력이 확보되면 수도권 중심부와 서울의 매물로 차근차근 이동해나가는 방식이 좋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갭투자 매물과 비규제지 노려야”

코로나19와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경매물건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오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특히 향후 투자 여건이 어려워진 갭투자 물건이 시장에 다수 풀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갭투자가 사실상 막히기도 했고, 보유세 부담도 있다. 갭투자 특성상 레버리지가 막히면서 무리하게 투자를 시도한 물건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경매 시장 중심으로도 향후 갭투자 물건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해 4월 갭투자 실패로 인한 물건이 경매시장에 다수 풀리면서 3년 만에 가장 많은 1만1327건의 경매 물건이 시장에 등장하기도 했다.

오 연구원은 자금력 유무에 따라 경매시장에서의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금력이 된다면 서울이나 수도권 유명 아파트 단지에 우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매매시장과 마찬가지로 똘똘한 한 채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경매시장에서도 유리하게 작용되는 시점이다. 서울 내 아파트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향후 교통편 개선이 기대되는 비규제 지역의 물건 낙찰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경락잔금대출제도'를 이용하면 잔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오 연구원은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가 파주와 김포 지역이다. 해당 지역은 규제대상에서 빠져 있으면서 향후 광역 교통망이 신설될 지역들이다. 서울 접근성에서 현재와 큰 차이가 날 것이다. 해당 지역의 신규단지가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경우, 눈 여겨 보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캠코 등 공매를 활용하는 방법도 좋다. 실제 올해 공매 낙찰 건수는 지난 1월 462건에서 5월 693건, 6월에는 781건까지 치솟았다. 오 연구원에 따르면 일반 법원경매는 오프라인 입찰로만 진행되지만 공매는 온라인(온비드)으로만 진행된다. 법원경매의 경우 반드시 입찰장에 방문해서 입찰 시간 내에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공매는 2~3일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진행된다. 오 연구원은 “저감률 역시 일반 법원 경매는 유찰시 감정가의 20%가 하락하지만 다음 입찰기일이 잡히는 시간은 한 달에서 한 달 반이다. 반면 공매는 입찰이 매주 열리며 대신 저감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10%대로 차감된다는 점에서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