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한화종합화학이 기업 공개(IPO)를 추진한다. 상장 추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지주사인 한화의 셈법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25일 한화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 최근 외국계 증권사 약 8곳에 입찰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을 두고 유가 증권 시장(코스피)과 미국 나스닥 모두 검토하고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에도 조만간 입찰을 공식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관사가 확정되면, 한화종합화학은 상장 실무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상장 주관사 물색 단계라 기업 가치가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한화종합화학의 기업 가치를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다음 달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연말 쯤 상장 실무에 임할 예정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등 여러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한화종합화학 및 지주사인 한화 관계자 모두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등을 생산하는 화학 업체로, 앞서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의 나스닥 상장과 함께 주목 받았다.

한화종합화학이 한화에너지와 함께 지난 2018년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 투자한 것이 니콜라 상장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면서, 지분 가치는 무려 20배 가까이 불어나 세간의 화두가 되기도 했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준비 착수를 계기로, 삼성과 한화의 관계성 또한 재조명 되고 있는 모습이다. 한화종합화학은 2015년 삼성과 한화 간 '빅딜'을 통해 한화에 편입됐으며 인수·매각 당시 한화는 삼성에 2021년 4월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단순히 약속을 맺은 게 아니라, 지분으로 묶여진 관계다. 삼성은 한화종합화학을 한화에 매각하면서도 삼성물산과 삼성SDI의 지분 24.1%는 남겨둔 상태며, 이는 한화 측의 인수 자금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협력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한화는 약속 기한을 1년까지 연장 가능하나, 이를 기한 내 이행하지 않을 시 삼성으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다시 사오도록 돼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추진 배경으로 지목된다. 

결국 한화의 막대한 자금 지출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2년 전 삼성이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팔고자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베인캐피털과 협상했을 때도 1조원 상당의 금액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는 상장 추진 배경에 대해 "회사의 중장기적 계획에 따른 결정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언급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화종합화학 상장이 한화의 승계 작업에도 용이하게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50%·25%·25%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를 통해 한화종합화학 역시 지배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1%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한화에너지이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이 기업 가치를 시장에서 고평가 받을수록 삼형제의 지분 가치도 확대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