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장 항공사들이 1년내 갚아야 할 최소 리스료만 총 3조원 이상으로 나타났다. 자구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인건비나 자산 매각 등과 달리 항공기를 줄이는 것은 여의치 않아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항공 6개사, 1년내 갚아야 할 리스부채만 3조원↑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와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저비용항공사(LCC) 6곳은 1년내 갚아야 할 리스료만 3조481억원에 달한다. 

항공사별로 보면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년 내 1조7379억원, 8600억원의 최소 리스료를 납부해야 한다. LCC의 경우 제주항공 1471억원, 진에어 1067억원, 티웨이항공 1052억원, 에어부산 912억원 등으로 최소 리스료를 내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FSC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유 항공기 대수가 적은 LCC의 경우 리스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비상장항공사인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의 리스비용을 추가할 경우 항공업계가 1년 이내 지급해야 할 최소 리스비용 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대비 리스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를 도입할 때 직접 구매하지 않고, 리스로 조달하는 항공업의 특성상 리스부채 규모도 상대적으로 많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힌 상황에서도 막대한 리스부채의 만기가 돌아온다는 점이다. 

매출이 없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갚아야 할 리스비용은 항공사들의 유동성악화로 이어지며, 재무건전성 저하로 직결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정비를 줄이고자 항공기 반납을 고려하는 항공사들도 늘고 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강제휴가, 감원 등에 이어 사업 밑천인 비행기마저 줄이며 버티기에 나선 모양새다. 

실제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등록 항공기는 843대로 작년 말 853대와 비교할 경우 10대(1.05%) 줄었다. 유형별로 보면 항공운송 사업용과 항공기사용 사업용은 각 9대와 3대 줄었고 비사업용은 2대 늘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의 업황 악화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항공 여객 수요가 급감하고 운항노선도 축소되며 등록 항공기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항공기 등록 대수는 LCC의 급성장세와 함께 그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0년 268대였던 등록 항공기는 2010년 500대를 넘어섰으며, 2018년 800대를 돌파했다. 등록 항공기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앞서 2003년 이후 17년 만이다.

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 도입 연기와 항공기 반납 등에 나서고 있지만 비용 감소 수준에 그칠 뿐,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금을 획기적으로 확보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결국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항공기 매각·반납, 경쟁력 및 매출 저하 우려… “리스비 수혈 시급”  

상황이 이쯤 되면서 하반기 항공기 반납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 해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을 세운 항공사 대다수는 도입 일정을 조정했다. 아울러 제주항공과의 매각이 무산되며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 또한 5∼7대 규모로 운용하고 나머지 10여대는 리스사에 반납한다는 예정이다. 제2의 이스타항공이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기 축소는 항공업계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리스 항공기를 대폭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취항 노선이 감소해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또한 기단을 축소할 경우 항공 수요가 회복됐을 때 수용이 어려워 반등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 이는 외항사와의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리스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항공기 전문 리스사가 없다. 이에 따라 해외 리스사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항공기 임대사업자는 크리엔자항공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싱가폴 항공이나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를 주요 고객사로 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꾸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그룹이 올 상반기 싱가포르에 리스업체를 설립하려고 계획한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잠정 연기한 상황이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 6월 26일 항공기 리스비용 지급보증을 제공, 리스 비용을 절감하는 항공산업발전조합을 2021년까지 설립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항공사들의 고정비 지출에서 리스비용에 대한 중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사들은 2021년까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금 곳간이 비어가고 있으며,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기업들도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6개 항공사의 부채비율을 보면 대한항공 1099.4%, 아시아나항공  2291.3%, 제주항공 876.0%, 진에어 598.5%, 티웨이항공 560.5%, 에어부산 1884.5% 등으로 모두 지난해 말 대비 대폭 늘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라며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기안기금같이 리스 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긴급지원을 한다든지 당장의 현금 수혈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