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즈타운자동차(Lordstown Motors)의 스티브 번즈 CEO는 전통적인 IPO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SPAC으로 눈을 돌렸다. 로즈타운이 선보인 전기트럭 모델 엔듀런스(Endurance)와 번즈 CEO.    출처= MotorAuthorit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스티브 번즈의 회사는 지난 1년 동안 여러 사업을 벌렸다. 그의 회사 로즈타운자동차(Lordstown Motors)는 전기 픽업 트럭을 설계했고,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공장과 기계를 인수했으며, 수천 대의 주문도 받았다.

그러나 번즈는 여전히 충분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달, 그는 회사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의 회사)와 합병해 회사 가치 6억 7500만 달러로 나스닥 입성 준비를 마쳤다.

번즈가 이 방식을 택한 것은 기존 공모 절차와는 달리 SPAC 합병은 상장에 불과 두어 달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IPO 방식으로는 아마도 1년 반은 걸릴 것입니다. 우리는 전기 트럭에서 1위에 오르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상장 절차를 빨리 마무리하고 곧 실제 생산에 들어갈 것입니다.”

SPAC가 최근 갑자기 각광을 받고 있다.

SPAC 방식은, 그 동안 규모가 작거나 주식 시장에 상장할 자본과 능력이 취약한 회사들에게 상장으로 가는 다른 길을 제공해 왔다. 백지수표회사라고도 불리는 SPAC는 기존 IPO에서 요구되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지 않고도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다만 2년 안에 다른 비상장 기업을 찾아 합병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회사는 다시 사업을 접고 투자자들은 돈을 회수한다.

최근 몇 달 동안 SPAC을 노리는 투자자들은 전기 자동차와 트럭이 화석 연료로 구동되는 차량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전기차 사업에 매료되어 왔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는 최근 크게 치솟아 시가총액에서 도요타자동차의 2배에 근접했다.

전기와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대형트럭을 만들겠다는 니콜라(Nikola)도 지난 6월 SPAC 방식으로 상장했다. 투자자들은 니콜라가 아직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포드자동차 시장 가치의 절반이 넘는 150억 달러(18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했다.

또 다른 전기차 업계 유망주 피스커(Fisker)도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의 SPAC과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SPAC을 만든 회사는 아폴로만이 아니다. 7월 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이 운영하는 SPAC 퍼싱 스퀘어 톤타인 홀딩스(Pershing Square Tontine Holdings)는 아직 어떤 회사에 투자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페이퍼 컴퍼니임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에서 40억 달러를 조달했다. 전 페이스북 임원인 차맛 팔리하피티야가 운영하는 SPAC 소셜 캐피탈(Social Capital)은 지난해 버진갤럭틱과 합병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씨티그룹 임원 출신인 마이클 클라인도 처칠 캐피털(Churchill Capital)이란 이름으로 몇 개의 SPAC을 만들었는데, 그 중 한 회사는 의료 서비스 제공업체 멀티플랜(Multi Plan)과 11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데이터 사이트 SPACInsider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SPAC 활동은 작년 한 해 전체 기간에 이루어진 것보다 거의 두 배 많은 313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가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어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사모펀드 아티우스 캐피털 파트너스(Artius Capital Partners)의 설립자이자 경영 파트너인 분 심은 "오늘날과 같이 환경이 불안하고 자본 조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대형 IPO를 하기란 거의 어렵다”고 지적했다. 심도 지난 6월, 결제업체 월드페이의 CEO를 지낸 찰스 드러커와 손잡고 기술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을 염두에 두고 5억 2500만달러의 SPAC을 시작했다.

연기금, 뮤추얼펀드 등 큰 손들도 낮은 금리로 인해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SPAC에 더욱 열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이후 SPAC은 주로 기술 기업들을 인수했고, 에너지 및 금융회사의 인수도 10억 달러에 육박했다.

번즈의 로즈타운자동차는 전통적인 IPO 방식을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데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SPAC으로 눈을 돌리고 골드만삭스, 애크먼, 그리고 데이비드 하마모토의 SPAC인 다이아몬드피크홀딩스(DiamondPeak Holdings)로부터 16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로즈타운모터스는 이달 초 SPAC 협상이 발표되기 전에 1만 5000대의 트럭 주문을 받았다고 발표했는데 이 숫자는 곧 2만 7000대로 늘어났다. 매출로 환산하면 14억 달러(1조 7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로즈타운모터스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이 회사의 전기 트럭 모델 엔듀런스(Endurance)의 각 바퀴는 자체 전기 모터에 의해 구동되고 제어되는데, 사실 이 설게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회사는 앞으로 더 많은 엔지니어들과 부품 공급업체를 확보해야 하고 조립 라인도 더 설립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테슬라도 최근 4분기 연속 수익률을 발표하기 전까지 몇 년 동안 고전했다. 2019년에는 생산 차질로 매출이 급감하며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다.

로즈타운과 다이아몬드피크는 10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번즈는 자본이 들어오는 대로조립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우리는 우리가 약속된 땅까지 갈 수 있는 충분한 초기 자금을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