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암제가 탑재된 튜불린 나노 튜브(TNT)의 항암 및 혈관 형성 억제 작용 과정. 출처=KAIST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연구진이 항암제가 공격해야할 표적 단백질을 항암제 운송 전달체로 역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항암제를 활용한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KAIST 김진주ㆍ이준철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그리고 전상용ㆍ최명철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공동 연구진이 세포 분열시 염색체를 끌어당기는 끈 역할을 하는 미세소관을 항암제 전달 물질로 활용하는 방안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역발상 연구를 통해 항암제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소관을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미세소관은 우리 몸안의 세포 분열시 염색체를 끌어 당겨 두 개의 딸세포로 나누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세소관은 튜불린 단백질로 이뤄졌으며 긴 튜브 모양의 나노 구조물 형태를 갖고 있다. 튜불린 단백질에는 항암제가 강하게 결합하는 고유의 결합 자리(binding site)가 여럿 존재한다. 다양한 항암제들은 이를 활용해 암세포의 분열을 억제하고 사멸시켜 암을 치료하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방식과 다르게, 튜불린 단백질을 항암제를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는 나노 튜블린 튜브(TNT)를 개발했다. 튜불린 단백질에 블록 혼성 중합체인 PEG-PLL(pegylated poly-L-lysine)을 섞어 기본적인 TNT 구조를 만들었다. 여기서 튜불린은 빌딩 블록, PEG-PLL은 이들을 붙여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어 도세탁셀(docetaxel), 라우리말라이드(laulimalide), 모노메틸아우리스타틴 E(monomethyl auristatin E) 3종의 약물이 TNT에 탑재했다. 이 약물들은 실제 유방암, 두경부암, 위암, 방광암 등의 화학요법에 활용되고 있는 항암제들이다.

▲ 항암제가 탑재된 튜불린 나노 튜브(TNT)가 만들어지는 과정. 출처=KAIST

연구진은 또 탑재되는 약물의 종류와 개수에 따라 TNT의 구조가 변할 뿐 아니라 약물 전달체로서의 물리ㆍ화학적 특성도 달라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TNT가 탑재하려는 약물에 맞춰 자발적으로 형태를 변형하는 '적응형 전달체'임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항암제가 탑재된 TNT가 엔도좀-리소좀 경로로 암세포에 들어가 뛰어난 항암 효능과 혈관 형성 억제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세포 및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공동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약물 전달체를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어 "TNT는 현재까지 개발된, 또 향후 개발예정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까지 운송할 수 있는 범용적인 전달체이며 다양한 항암제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플랫폼 전달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20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