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화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외환보유액으로서의 달러의 중요성은 쉽게 도전 받지 못할 것이다.    출처= Mediu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최근 멈칫하고 있는 달러화 가치는 다시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23일(현지시간) CNBC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 보도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코로나가 대유행하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지난 3월에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대규모 재정적자와 연준의 제로금리 지속가능성으로 약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서 연준이 수익률 곡선제어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는 등 유동성 공급 속도조절론이 불거지면서 최근 달러화가 하락세를 멈추는 등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를 감안할 때 미국 경제 회복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미국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금리가 당분간 최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달러 하락세 역시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주 달러 인덱스는 92.477로 2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3월의 102에서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달러 인덱스는 92~93 사이에서 유지되고 있다.

JP모건자산운용(JPMorgan Asset Management)의 패트릭 쇼위츠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적어도 향후 2년 동안 미국의 경제가 유럽이나 일본을 앞서는 상황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유럽연합(EU)의 7500억 유로 규모의 회복 기금이 투자자들에게 투자 대안으로 더 많은 신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지해 왔던 미국의 금리 우위가 축소되면서 달러화의 매력이 떨어져 투자자들은 다른 통화로 돈을 예치하는 것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순환적 요인들이 단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 달러화는 더 떨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BlackRock Investment Institute)도 최근 환율 하락을 초래한 요인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가 안전 자산의 위상을 여전히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달러는 죽지 않는다”

그러나 달러가 세계 기준 통화로서의 위상을 잃을 것이라는 최근의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리서치회사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조나스 골터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우려들이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외환 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분기 64.7%에서 2020년 1분기에는 62% 내외로 떨어졌다. 특히 2019년 4분기에는 60.9%로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골터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월 이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저금리와 유럽연합의 경제의 부양책 등, 달러의 기준 통화의 지위와는 무관한 다른 요인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럽연합의 구제기금 합의가 유로화 채권의 매력을 ‘명확하게’ 촉발했다는 것이다.

6월 이후 달러는 유로화 대비 6.6%가량 하락했다.

골터만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세계 주요 통화로서의 달러의 역할을 오히려 '강화'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급확산되던 지난 3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을 때 달러 가치가 급증했던 점을 지적했다.

"아마도 더 중요한 것은 세계 기준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것입니다. 차세대 패권을 노리는 유럽과 중국은 모두 미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을 뿐 아니라, 유럽의 경우는 정치 기반의 취약성 때문에, 중국의 경우는 중국의 자본 통제와 독특한 정치 체제 때문에 기준통화가 되기에는 여러가지 핸디캡이 있습니다.”

유럽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본토벨 자산운용(Vontobel Asset Management)의 스벤 슈베르트도 투자전략가는 “유로화와 위안화가 달러의 위상을 대신하려면 향후 수십 년은 걸릴 것”이라면서 “둘 다 아직 ‘심각한 경쟁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교역량은 세계 무역의 12%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무역 계약의 약 50%가 여전히 미국 달러로 결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국 금융시장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달러로 보유하는 것을 선호하며, 세계의 주요 원자재들도 달러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무역계약의 대부분이 달러화나 유로화로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