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겪는 공동 재난

제네바대학원 국제경제학과 볼드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석학들과 사태 점검에 나섰다. 30년째 세계화와 교역 관계를 연구해온 볼드윈 교수는 미국 MIT 경제학과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만 교수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볼드윈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중요한 착안점 하나를 제시했다. “거시적으로 보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겪는 매우 희귀한 사건 중 하나이지만, 결코 ‘세계대전’이 아니다. 모두 협력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은 ‘코로나19 위기가 역세계화(Deglobalization) 상황까지 이어질까?’라는 질문. 『코로나 경제전쟁(Economics in the Time at COVID-19)』란 책을 요약하는 인터뷰 과정에서 개진된 내용이다. 이 말에 코로나19 독법이 담겼다.

세계대전은 아닌데, 세계인이 동시에 겪는 희귀한 사건. 그런 경우는 또 뭐가 있을까? 대공황 수준의 경제 위기 정도이다. 그러니까 현재 상황은 세계대전이나, 대공황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제가 공황 수준이 아니라는 사실.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6개월 정도 지난 상황이라서 현재 상태로는 경제 위기가 닥쳐오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경제 위기에 다다를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이 한계 선언이나, 장기간 장마 등 천재지변에 뒤이은 결과가 가능하다.

 

코로나19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코로나19가 제일 큰 변화를 가져온 분야는 무엇일까? 물론 보건 환경의 변화가 제일 크다. 마스크 착용은 생활 습관이 되었고, 외출 후 손 세정 사용이나, 손 씻는 문화도 정착된 것 같다. 건물마다 설치된 발열 검사기도 앞으로 계속 사용될 것 같다.

그다음으로 변화가 일어난 분야는 식생활 분야이다. 식생활 역시 보건 환경의 변화만큼 코로나19 전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식생활 분야의 변화는 이미 개별 식습관이 정착된 선진국보다 단체 식습관이 남아있는 개발도상국에서 더 크다.

13억 5천만 인구 인도의 뉴 인디언 익스프레스지는 지난 8월 22일, 「코로나 시대의 외식 : “같이 먹지 않아요, 음식 따로 주세요”라고 말하세요(Dining out in COVID-19 times: Say no sharing, yes to plating for one)」라는 기사를 실었다.

제목이 기사 내용의 전부이다. 전통적으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손을 사용하는 인도에서조차, 개별 식사를 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이런 심각한 변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도 계속 남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트랜드 변화에 민감한 한국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식생활 문화에 엄청난 변화가 나타났다. 식생활 관련 기사는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면역력 증진 식품 관심 증가, 외식 감소, 가정 내 식사 증가가 결론이다.

 

반복되는 가정 내 식사의 대안, 밀키트

코로나19로 인해서, 자녀들은 학교생활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가 되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는 여름방학과 휴가철을 맞아서 다시 창궐하고 있어, 하반기 상황은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상반기의 식생활 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6개월 이상 지속된 식습관이 새로운 식생활 문화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것은 향후 한국인의 생활 트랜드로 정착될 수도 있다. 한국인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동시에 나타난 변화이다. 6개월간 달라진 식습관의 변화는 무엇일까?

면역력 증진 식품 관심 증가, 외식 감소, 가정 내 식사 증가 외에,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났다. 요리 시간 감소, 배달 수요 증가, 밀키트 시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가정 식사가 늘어나자, 배달 음식을 부르거나, 간편식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매장 중심으로 운영하던 식당들은 주문 배달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배달 수요가 늘어났다. 식당은 아니지만, 편의점의 음식 구매도 과거보다 늘어났다. 코로나19는 식당 음식과 편의점 음식을 경쟁 관계로 바꿨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요리 시간 감소를 들 수 있다.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음식 활용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요리 시간 감소를 가능하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인스턴트 음식의 발달이다. 라면의 형태에서 진화한 밀키트가 바로 최근 트랜드이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제품이다. 조리 전 냉장 상태의 신선 식재료를 배송하며, 소비자가 동봉된 조리법대로 직접 요리해야 한다. 한식에서부터 양식까지, 밀키트 종류는 다양하다.

 

한국 식문화 산업의 가능성

식당에서 매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반조리 상태로 구입해서, 조리하는 밀키트는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제품. 그러나 햄버거와 같은 서구의 패스트 푸드와 다른 점은 소비자가 완전 제품으로 직접 조리를 해야 한다는 점. 다소간 스로 푸드인 셈.

밀키트의 장점은 외식보다 저렴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고, 재료를 구입하고 손질하는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 그리고 라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새로운 요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있다. 장점이 많은 식재료이다.

밀키트까지 정착되면, 미각까지 계량될 수 있다. 김장이 사라지는 것처럼, 손맛 담긴 개별 가정의 요리문화까지 사라질 수 있다. 대기업들은 이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보면 밀키트는 미래 사회의 식문화 방향이다. 밀키트를 이용하면, 주방에서 요리하는 시간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라면과 달리, 밀키트는 아직 주변국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는 식문화이다.

볼드윈 교수 말처럼, “코로나 19는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일을 겪는 매우 희귀한 사건”이다. 전통적으로 함께 음식을 나누고, 손을 사용하는 인도에서조차, 개별 식사를 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이다. 세계인의 생활 방식이 바뀌고 있다.

면역력 증진 식품 관심 증가, 외식 감소, 가정 내 식사 증가가 세계적 추세인 것처럼, 요리 시간 감소, 배달 수요 증가도 나타나고 있다. 조만간 외국인들도 밀키트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조금만 서두른다면, 한국이 밀키트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