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의 시간-들꽃, 115×90㎝ Mixed Media, 1998

1998년까지 정현숙의 작품세계는 ‘생명의 시간’연작이었다. 명도가 낮은 어두운 색을 바탕으로 별과 같은 기호와 붓질이 가해진 색 면들이 있는 서정적인 추상화의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에 ‘들꽃’이란 부재들이 있어 별과 같은 기호는 ‘꽃’임을 추정할 수 있다. 그리고 화면 곳곳에는 오토마티즘 같은 붓질의 선들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경계를 나타내는 듯 한 길게 그어진 선도 보인다.

분명 어떤 풍경 속에 꽃의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더해졌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뚜렷한 이미지가 없이 색 면으로 처리되어 있기에 추상으로 보여 진다. 추상 가운데에서도 색 면들이 서로 다른 형상을 취하고 붓질에 의한 선들과 꽃의 이미지가 얽혀 풍경 같은 이미지들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서정적인 추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999년부터 제작된 작품에서는 다소 다른 표현들이 나타난다. 색료가 화면 속에 스며들어 번져나간 형상의 작품들이 나타난다. 화면 속에 스며들어간 색료는 우연한 형상의 효과를 나타낸다. 그리고 화면 속에 스며들어간 색료는 뚜렷한 경계를 나타내지 않는다. 화면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화면과 합일되는데 색료가 화면이고 화면이 색료가 되는 것이다.

마치 염색을 하듯이 화면의 몸체에 깊숙하게 색료가 스며든 것이다. 색료가 화면 속에 스며들어가 만들어낸 형상 옆에는 물질감이 드러나게 색료를 붓으로 발라 올린 색 면의 형상이 있다. 마치 캔버스 천에 색료를 이용하여 한쪽은 묽게 하여 스며들게 만들고, 다른 한쪽은 색료를 두툼하게 발라 올려 물질감을 느끼게 함으로서 두 표현이 서로 대비되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 같다.

▲ before and after, 50×72㎝ Mixed Media, 2000

그리고 한편에서는 색료가 스며든 흔적과 더해진 색료의 질료 사이에 직선으로 이루어진 기호와 같은 이미지들을 덧붙임으로 마치 두 층을 이어주는 장치로 보여 지기도 한다. 2000년에 들어 화면 속으로 스며들어 번진 형상이 점차 ‘원형’으로 나타나고 스며들어 만들어진 원형 속에 또 다른 원형이 형성되거나 그 이웃에 또 다른 원형이 형성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작품 속에 두개, 또는 세 개의 화면이 분할되어 나타나는데 각기 분할된 화면 속에는 원형이 색채와 크기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나아가 점차적으로 정현숙(크리스털&자개 미니멀 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서양화가 정현숙,Dansaek abstract art of crystal and Mother of Pearl,JEONG HYUN SOOK,미니멀컬러 아티스트 정현숙,정현숙 작가,Minimal Color Artist JEONG HYUN SOOK)의 작품 속에는 원형이 확연하게 자리를 잡고 주제로 형성된다.

△글=오세권 미술평론가, 미술평단 2005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