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최진홍 기자] LG전자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LG전자가 태양광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지 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다만 LG전자는 “구조조정 계획은 현 상황에서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출처=LG전자

사업도 어렵고, 인력도 많다?

LG전자는 지난 5월 구미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각 국이 리쇼어링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LG전자는 오히려 해외 제조기지 거점강화에 나선 셈이다.

당시 LG전자는 축소되는 구미 TV 생산라인을 일종의 '마더 팩토리'로 지정하고 각 거점별 TV 생산거점을 키우는 전략이라 설명했다. 네이버가 북미를 거점으로 웹툰 사업을 키우며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국내 사업부에 ‘브레인’ 역할을 맡긴다고 설명한 것과 비슷하다.

관심은 인력 재배치로 좁혀졌다. LG전자가 구미 TV 생산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이전하며 구미 공장의 TV 관련 직원 500여 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 이야기도 나왔으나 LG전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대신 LG전자는 500여 명을 같은 사업장 내 TV 생산라인, 경기도 평택 소재 LG디지털파크, 그리고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분산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최근 LG전자 구미 TV 생산라인 일부가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옮겨지며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 배치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실제로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태양광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만간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이라며 동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LG전자 태양광 사업부가 흔들리는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LG전자 태양광 사업부는 최근 60셀 모듈 기준, 370W 출력을 지원하고 21.4% 효율을 내는 초고효율 태양광 제품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1분기에는 출력을 400W까지 올린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구체적인 이야기도 없고 설에 불과하지만,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현장 직원들의 우려가 커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LG전자가 태양광 모듈 시장을 대부분 차지한 P타입이 아닌, N타입을 선택한 것이 결정적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인 N타입 패널을 선택해 강력한 시장 점유율 확보를 시도하고 있으나, 성과는 미비하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의 협력 등으로 N타입 패널 실적이 나오고 있으나 북미 시장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며 업황이 크게 꺾였다”면서 “이미 시장이 P타입 패널로 굳어가는 상황에서 LG전자 태양광 사업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 및 경쟁사 한화와의 시장 점유율 전투도 소모전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LG전자가 태양광 사업부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장 2021년까지 태양광 사업부에서 의미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LG전자가 태양광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특히 그린뉴딜 정책에 보폭을 맞추며 당분간 사업을 끌어갈 수 있겠으나, 지금의 어려움이 계속되면 직원 감축에 우선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다.

LG가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를 봐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말이 중론이다.

LG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사업성이 낮거나 미래비전이 흐릿하면 과감하게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18년 취임과 동시에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을 청산했고 LG디스플레이는 조명용 OLED 사업에서 손을 뗐다. LG전자는 수처리 운영회사인 하이엔텍 및 환경시설 설계 시공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매각한 바 있고 LG이노텍도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에서 철수했다.

LG화학도 지난 2월 약 500억원 수준의 LCD 유리기판 사업에서 철수하고 중국 요케테크놀로지 자회사 시양인터내셔널이 LG화학의 LCD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을 580억원에 양수받는 일이 있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화학소재 업체인 산산(Shanshan)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LG전자가 부진한 태양광 사업 매각을 타진하는 한편 모듈 생산라인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 출처=LG전자

결국 구조조정? LG전자 “없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접근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5월 구미 TV 생산공장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 후 남은 인력 일부를 태양광 모듈사업에 배치한 상태에서 최근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LG전자가 태양광 모듈 사업에 나름의 결정을 내린 후 직원들을 구조조정한다면 지난 5월 인도네시아 TV 생산라인 일부 이전 후 남은 직원 일부를 구조조정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LG전자는 그러나 “구조조정은 없다”고 단언했다. LG전자는 “태양광 사업이 최근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관련된 구조조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전자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LG전자 태양광 패널 사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4%, 2019년 1.6%, 2020년 상반기 1.9%로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이를 두고 LG전자는 "시장이 어렵지만 지속적인 투자로 성과가 나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매각은 물론 구조조정 계획도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