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최근 장보기 서비스 확장에 나서며 신선식품 온라인 배송전쟁에 본격 참전을 선언했다. 신선식품 배송은 마켓컬리 등이 새벽배송 등을 통해 시장을 키웠고, 현재 롯데는 물론 신세계도 의욕적으로 참전하고 있는 분야다.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 특유의 전략적 방향성이 보여 눈길을 끈다.

바로 제3지대 구축을 통한 판 흔들기다. 실제로 네이버는 기존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 및 개편해 마켓컬리와 롯데 및 신세계와 배치되는 제3지대를 구축하며 판을 키우고 있다.

▲ 출처=갈무리

퍼즐 맞추기

네이버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며 대부분 제3지대를 모색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며 스스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아닌, 기존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손을 잡고 연결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핀테크 시장에 진출하며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으나,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하는 등 직접 시장 진출에는 선을 긋는다. 콘텐츠 투자에 있어서도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 후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기존 플레이어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편이다. 

심지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웹툰도 북미 시장에서 국내서 큰 호응을 얻었던 베스트도전을 이식, 현지 시장에 대한 공략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지와의 느슨한 연대를 추구하는 분위기다. 네이버랩스는 A-시티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모빌리티의 큰 꿈을 꾸지만 생태계 내부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닌, 기존 플레이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는 ‘연결하는 기업’인 셈이다.

반면 카카오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스스로의 플랫폼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핀테크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했고,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증권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스스로 끌어낸다. 웹툰 시장에서도 일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픽코마는 현지에 직접 진출한 카카오재팬의 서비스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카카오M을 중심으로 기존 엔터사들을 폭풍영입하며 ‘내 식구’로 만드는 중이다. 카카오는 ‘스스로 하는 기업’인 셈이다.

두 기업의 플랫폼 확장 로드맵이 판이하게 다른 상황에서 네이버의 로드맵을 관찰하면 더욱 재미있는 전략 포인트가 엿보인다.

네이버는 ‘연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가동하는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 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의 맹점은 비즈니스 전략의 주도권을 100% 쥘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네이버는 이 문제를 유연한 선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바로 입맛에 맞는 퍼즐 맞추기다. 간단히 말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ICT 인터넷의 강자 네이버가 큰 그림의 중심에서 기존 플레이어들을 상황에 맞게 선택한다는 뜻이다. 연대가 완성되기 전 네이버는 ICT 기술력을 강렬히 원하는 오프라인 사업자들을 줄 세운 후 본인들이 그리는 큰 그림에 따라 파트너들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의 배송 인프라를 선택하며 CJ대한통운을 ‘간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네이버가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신선식품 배달 전반으로의 확장을 선언한 당일, 저온 물류센터 운용 능력을 갖춘 아워박스에 전략적 투자를 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말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네이버는 연대가 종료된 후 실제 비즈니스가 가동되는 순간 파트너들과의 관계설정에서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하고 움직이는’ 카카오만큼 독자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최소한 연대가 시작될 때의 중심자리는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마치 퍼즐을 맞추듯 ‘연결’의 미학을 추구하는 중이다.

▲ 네이버의 글로벌 AI 벨트가 두터워지고 있다. 출처=네이버

제3지대

네이버의 ‘연대하는 로드맵’을 유심히 지켜보면 제3지대 구축이라는 키워드가 부상한다. 이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네이버에게 연대를 통한 안전한 업계 진출을 가능하게 만드는 한편, 시장 잠식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는 대의명분이 되면서 강력한 성장 동력도 창출하게 만들어주는 ‘일타삼피 전략’이다.

네이버가 20일 장보기 서비스를 확대개편한 장면이 단적인 사례다.

네이버는 2019년 동네시장 장보기를 시작한 바 있다. 동네 전통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2시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서울 및 경기를 비롯해 경남 일부 지역을 포함한 전통 시장 32곳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2분기 전체 서비스 주문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5배, 매출은 2억원을 넘어선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그 연장선에서 현대백화점은 물론 홈플러스·GS Fresh·농협하나로마트와 제휴를 맺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먼저 네이버의 시장 확대 진출이다.

네이버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기존 공산품 중심의 배달 서비스가 아닌 신선식품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게 됐다. 소상공인 중심의 스마트스토어, 대기업 중심의 브랜드스토어를 넘어 이제는 콜드체인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신선식품 시장에도 진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커머스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는 네이버의 큰 그림으로 봐도 무방하다.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하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등 이미 가동되고 있는 다양한 가두리 양식장 생태계 전략이 탄력을 받는것으로도 풀이된다. 네이버의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완전한 라이프스타일플랫폼으로 변신하며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일관되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네이버가 신선식품 배달 시장에 진출하며 공산품을 아우르는 모든 이커머스 시장의 경계가 확연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모든 기업이 무언가를 배달하는 것을 넘어 신선식품 배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을 승인할 수 있는 현실적인 포석이 다수 만들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곳들이 대부분 이커머스 전략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7월 현대식품관 투홈을 가동하며 신선식품 배달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홈플러스도 온라인은 물론 심지어 오프라인에서도 롯데나 신세계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는 소위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모아 제3지대를 구축한 분위기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며 네이버 스스로를 중심에 두고 파트너들을 선택하고, 이를 바탕으로 롯데와 신세계 등의 거인과 맞서는 그림이다.

낯선 장면이 아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글로벌 AI 벨트를 구축하며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제3지대를 모색하고 있다. 스마트스토어도 대기업에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규합해 제3지대를 모색하는 플랫폼으로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는 강자들이 득실대는 시장에 진출하며 자기들을 중심으로 연대의 큰 그림을 그리며, 그 누구보다 연대를 필요로하고 ICT 기술의 ‘버프’를 원하는 파트너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중이다.

▲ KT와 넷플릭스가 만났다. 출처=KT

넷플릭스 류(流)

네이버의 전략은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와 닮았다. 넷플릭스도 새로운 로컬 시장에 진출하며 현지 ISP 시장 2위, 혹은 3위와 손을 잡기 때문이다. 저변시장이라 볼 수 있는 콘텐츠 업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빠르게 전파하고 결제 인프라까지 제공할 수 있는 야망에 불타는 2위, 3위 사업자와 손을 잡는다.

연내 계약이 종료되지만,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며 딜라이브 및 LG유플러스와 협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넷플릭스 중심의 연대를 가능하게 만들면서, 이후 비즈니스 과정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뽐낼 경우 연대가 종료되고 비즈니스가 가동되어도 주도권을 그대로 쥐고갈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다만 최근 넷플릭스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KT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야망에 불타는 2위, 3위 사업자들과 협력하며 현지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일정정도 확보한 후 이를 자산으로 삼아 1위 사업자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는 뜻이다.

유통업계에서 바라보는 네이버의 미래도 비슷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네이버가 지금은 당장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연대하지만, 연대 후 주도권을 잃지않고 꾸준히 영향력을 키우는 것에 성공한다면 이후 기존의 강자들과도 만나 시장을 완전 제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네이버가 기존 강자들에게 손을 내밀 것인지, 기존 강자들이 네이버에 손을 내밀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시장 독과점을 목표로 가동되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신선식품 배달 시장에서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