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 지난 15일부터 공중파 채널 tvN에서 방영되는 드라마 ‘비밀의 숲 2’를 시청한 40대 초반 직장인 황모씨는 첫 화를 보는 동안 불편함을 느꼈다. 주인공 황시목(조승우 분)이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탄 채 안개를 뚫고 달리거나 차량 실내 요소를 이용하는 등 차량을 비추는 장면이 긴 분량으로 담겼기 때문이다. 황씨는 “1~2화만 봐도 현대차 브랜드에 과하게 초점 맞춰진게 느껴진다”며 “자동차 이용방법을 설명하는 영상을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 배우 조승우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 2의 한 장면. 현대자동차 그랜저 6세대 부분변경모델(좌측)이 조씨의 극중 자차로 등장한다. 출처= tvN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가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내에서 영상 컨텐츠 등으로 여가를 즐기는 수요를 고려한 간접광고(PPL)를 적극 단행하고 있다. PPL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높이려는 취지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TV를 시청하는 동안 너무 자주 등장하는 현대차 브랜드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영상을 통한 PPL에 주목하는 이유는 자동차 제품의 고유 특성 때문이다. 자동차, 스마트폰 같이 하나의 틀 안에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제품은 식음료, 의류 등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제품에 비해 상품성을 소비자에게 즉각 어필하기 어렵다. 업체들이 해당 제품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편익에 대해 소비자를 이해시키는데 비교적 많은 시간과 요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신차에 다양한 기능을 탑재함으로써 상품성을 높이고 있지만 제품에 먼저 관심보이지 않는 소비자들에겐 제품 강점을 보여주기 어렵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영상 컨텐츠를 광고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영상을 통한 PPL 전략의 효용은 학계에서 이뤄진 다수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됐다. 학계에서는 영상을 통한 PPL 전략으로 제품·브랜드 마케팅 성과가 창출되는 이유를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 자극전이효과(excitation transter effect) 등 개념으로 설명한다.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에 게재된 논문 ‘PPL 광고 효과에 따른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방안 - TV드라마 PPL 광고를 중심으로’의 내용에 따르면 수면자 효과는 시간 경과에 따라 출처와는 무관하게 광고 메시지의 설득 효과가 갈수록 커지는 심리적 현상을 의미한다. 자극 전이 효과는 어떤 대상으로 유발한 평가의견이나 감정이 근접한 또 다른 대상에 대해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해당 논문의 저자인 임아영씨는 “드라마 주인공이 직접 제품 기능을 시연하고 극중 일상에서 도움받는 장면은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 감정을 전달한다”며 “드라마 속 수면자 효과, 자극전이 효과 등은 PPL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이 같은 효과를 노려 PPL 전략을 활발히 전개하는 가운데, 일부 소비자들은 영상에서 수시로 노출되는 브랜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PPL이 이뤄진 주요 TV 프로그램으로 tvN 드라마 비밀의 숲 2가 일부 시청자들 입방아에 올랐다. 해당 드라마에선 주인공 황시목이 그랜저 6세대 부분변경모델(IG)을 이용하는 모습이 구체적인 행위로 묘사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블로그에 게재한 글이나 댓글을 통해 “현대차가 드라마 제작 측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차량이 영상에 너무 자주 등장한다”거나 “극 중 시점이 작년 3월인데 이후 출시된 신형 그랜저나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 S20가 등장하는 건 시기착오”라는 등 비평을 내놓았다.

PPL은 비판만큼 효용도 창출, 광고주·시청자 윈윈할 방안 모색해야

현대차는 비밀의 숲 2 외에도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 JTBC2 예능 비긴 어게인 코리아 등 다양한 채널별 프로그램을 통해 PPL를 실시하고 있다. 그간 방송 당국으로부터 관련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미뤄볼 때 관련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도록 PPL을 신중히 전개하는 모양새다.

다만 PPL에 관한 법령 조항이 다소 애매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점은 PPL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방송법 시행령 제59조의3(간접광고)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사업자 종류에 따라 프로그램 방영 시간의 100분의 5 이내 또는 100분의 7 이내 시간 동안만 간접광고할 수 있다. 또 간접광고의 크기는 화면의 4분의 1(이동멀티미디어방송은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다.

또 등장인물이 해당 제품을 언급하거나 구매를 유도해선 안 되고,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거나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해선 안 된다는 내용도 해당 조항에 담겼다. 해당 법령에서 수치를 직접 제시한 조항 외엔 실제 송출된 영상 속 PPL 전략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PPL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모두 고려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시장 주체들 간 활발히 소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PL이 소비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반면 컨텐츠 질을 높이고 해당 제품의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등 산업별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점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영란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PPL은 2010년부터 법적으로 활성화했지만 적정한 집행 범위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광고주, 시청자 등 시장 주체들이 산업적 효용과 컨텐츠 만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