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어 졌다. 물건이 씨가 마르다 보니,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6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 내 한 공인중개업소에서는 "시장에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없고, 기존 세입자들은 재계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9.6으로 전주(186.9)보다 2.7포인트 올랐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우위를 뜻한다. 100을 넘어서면 공급부족 비중이 높아지며 전세가격 증가로 이어진다. 

학군 수요가 많은 대치동에는 반전세 물건이 대부분이다. 대치동 I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종부세나 재산세 등이 올라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분들 같은 경우 월세를 더 받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치삼성 1차' 전용 59.88㎡는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은 단 1개다. 인근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치동은 원래 전세가 귀한데, 임대차3법 때문에 세입자가 재계약을 이어가다보니 전세 물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한국감정원
강남·북 가리지 않고 치솟는 전셋값

매물이 없으니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8월 3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상승했다. 7.10 대책과 지난 8.4 대책에 매매가는 상승폭을 축소해 갔지만, 전세가는 꼿꼿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단지가 많은 송파구의 경우, 전세는 물건도 없다. 송파구 잠실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리센츠 33평형 전세가 이달 초만 해도 10억3000만~10억5000만원에 매물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거의 11억~12억원 선에 나와 있고, 13억원까지 부르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강남4구에 이어 마·용·성(마포, 용산, 성동)도 전세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2차' 전용 84.94㎡은 지난 18일 5억7700만원(6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현재(21일 기준) 해당 면적은 6억~6억3000만원 선에 전세 물건이 나와 있다. 대흥동 '마포태영아파트' 전용 84.77㎡는 지난 15일 6억5000만원(1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고, 현재(21일 기준) 해당 면적은 8억원 선에 전세가가 잡혀 있다. 

그러나 서울 25개구 중 성북구만 전주 대비 상승했고, 나머지 자치구(중·도봉·노원·은평·서대문)는 전주 상승폭을 유지하거나 상승폭이 축소됐다. 한국감정원 전세가격 변동률에 따르면, 마포 전세가는 지난주 0.19%보다 상승폭이 줄어 0.15%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서울 전반적으로 전세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전월세 전환율 2.5%로...실효성 의문 

'임대차 3법'과 0%대 초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전세 시장은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집주인들은 월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전월세 전환율을 낮춰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되는 것을 늦추고, 월세의 급격한 인상도 막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현행 4%인 전월세 전환율을 2.5%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현행 4%인 월차임 전환율이 임차인의 월세전환 추세를 가속화하고 임차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했다"며 "임차인 전세대출금리와 임대인 투자상품 수익률,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기회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 2.5%로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부터 전월세 전환율이 기존 4%에서 2.5%로 낮아진다. 전월세 전환율 하향 조정은 현재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세의 반전세, 월세화'를 막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또한 월세 전환을 늦춰 전셋값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월세전환율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과태료 등을 내지 않는다. '권고사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월세 시장 혼란의 책임을 임대인에게 떠맡기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을 보유하면서 세금과 유지비용이 계속 들어가는데 이렇게 전월세 전환율을 낮추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겠지만 임대물건은 더 안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