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의 일이었다. 2018년 코스닥에 상장되었다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증시에서 퇴출되었던 전자부품 전문업체 감마누가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 소송에서 승소확정 판결을 받아 지난 18일 코스닥 증시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한국거래소가 감마누에 ‘추가 개선기간 부여하지 않은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

한국거래소가 감마누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한 이유는 2018년 3월 2017년 회계연도 감사에서 감마누가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감사인의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 중 하나로 한국거래소는 이를 개선할 시간을 부여했지만, 감마누는 기한 내에 재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결국 감마누는 2018년 9월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감마누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상당수의 주주들은 정리매매 기간 중 감마누 주식을 헐값에 매도하였다.

하지만 감마누가 같은 달 19일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여 인용이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 된다. 정리매매기간을 이틀 남기고 ‘상장폐지’ 결정은 보류 되고 2019년 1월 2017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에서 감사의견 ‘적정’ 공시가 이루어지면서 결과적으로 한국거래소는 감사인으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은 기업에 대하여 상장폐지 결정을 한 것이 되어버렸다. 2019년 2월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한 감마누는 1심에서 승소한 후 올해 3월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한국거래소는 마지막까지 재판결과를 뒤집기 위해 상고를 제기했지만, 결국 대법원은 본안 심리도 하지 않은 채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상장폐지결정’이 무효인 이유에 대하여 법원은 “감사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기업이 최초 개선 기간 안에 개선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추가 개선 기간을 요청하면 한국거래소로서는 개선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상장기업이 필요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추가 개선 기간을 부여함이 타당함에도 이를 부여하지 않은 것은 한국거래소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번 판결은 법조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껏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거절이 나오면 기업의 실제상황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상장폐지결정을 하여 왔고 법원 역시 그에 동조하여 그와 같은 상장폐지결정은 문제가 없다는 식의 판단을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 동안 감마누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기업들이 상장폐지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왔지만, 이번 판결이 법원이 상장기업의 손을 들어 준 첫 사례라는 점만 보더라도 향후 한국거래소 상장폐지결정과 관련한 관행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리매매 기간 중 주식을 헐값에 매도한 주주들의 손해배상청구...쟁점은?

감마누는 다시 상장사로서의 위용을 되찾았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결정으로 정리매매 기간 중 주식을 헐값에 매도한 주주들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손해배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정리매매란 상장폐지가 결정된 이후 투자자가 보유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7일간의 매매 기간을 주는 제도인데, 정리매매 기간 7일 중 이틀을 남기고 감마누가 제기한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기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헐값에 매도했던 주주들은 결국 한국거래소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손해배상은 손해배상채권의 성립 여부와 손해의 범위, 즉 손해액 산정의 두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우선 주주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채권이 성립하는지부터가 문제가 된다.

손해배상채권의 성립요건 중 한국거래소의 위법한 행위인 상장폐지결정, 그로 인하여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으나, 과연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결정을 함에 있어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가 문제다.

만약 한국거래소의 주장처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결정은 한국거래소의 독단적인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적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이루어졌으므로 그와 같은 결정에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는 사실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주주들의 손해배상채권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주들 입장에서 다행히 첫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손해액을 어떠한 기준에 의해 산정할 것인지, 또한 주주들에게 과실상계를 적용하여 손해액의 일부감액이 이루어질지도 관건이다.

가령 손해액을 산정할 때 정리매매 기간 중 매도한 주식가격을 기준점으로 하여 상장폐지결정 직전 주가와의 차액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18일 다시 상장되었을 당시 호가와의 차액을 구할지가 문제될 수 있고, 과실상계와 관련해서는 주주들이 정리매매 기간 중 주식을 매도할 때 상장폐지결정이 무효가 되거나 최소한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이 정리매매 기간 중 받아들여질 가능성까지 고려했어야 하는지 등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