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진그룹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이 신주인수권 공개매수를 성황리에 마무리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신주인수권 취득으로 주식 등의 보유비율이 종전 45.23%에서 46.71%로 늘어났다고 전날 공시했다. 취득한 주식은 120만주로, 주당 2만5000원이다. 총 300억원이 투입됐다. 

주체별로 보면 그레이스홀딩스가 80만주, 반도건설이 40만주를 매입했다. 한진칼이 발행한 신주인수권 전체 물량의 33.0%에 달하는 규모다.

3자연합이 진행한 공개매수가 성황리에 종료된 데 따른 결과다. 이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한 한진칼 제3회 신주인수권증권 120만주 공개매수에는 2.4배에 달하는 284만6012주가 몰렸다. 

업계에서는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의 막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3자연합이 이번에 매입한 신주인수권을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총 지분율은 종전 45.23%와 동일하게 유지된다. 다만 신주인수권 자체만으로는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조 회장 측의 신주인수권 매입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지분 변동이 없다면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조 회장 측 우호세력 지분율은 기존 41.80%에서 39.39%로 낮아지게 된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이 5.84%p 앞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최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400억원의 대출을 받아 경영권 방어에 본격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16일 한진칼 주식 7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빌린데 이어 이달 14일에도 8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을 추가 확보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시장에 풀릴 신주인수권이나 주식 추가 매입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400억원은 한진칼 주식 전날 종가 8만400원 기준 49만7512주를 늘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경우 조 회장의 우호 지분율은 41.81%에서 40.20%로 1.61%p 낮아지는데 그치고, 3자연합과의 지분격차도 5%p 초반대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한편, 앞서 한진칼은 1조원대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전체 주식수의 5.79%가 새롭게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